미래를 입히다: 지속가능 건축외피의 혁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함예림
건축 외피,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다

[자료 1. 친환경 외피를 입고 있는 건물의 예시]
출처: unsplash
여름에 커튼을 치면 실내가 시원해지고, 겨울에 두꺼운 외투를 입으면 체온이 유지된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건축 외피는 단순히 도시의 얼굴을 꾸미는 장식물이 아니라, 냉난방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건물의 옷’이다. 최근 UNEP(유엔환경계획)이 발표한 Buildings-GSR 2024/2025 보고서는 건축·건설 부문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32%, CO₂ 배출의 약 34%를 차지하며, 이 중 재료(embodied carbon: 자재 생산·수송 등) 및 외피 관련 구조가 전체 배출의 중요한 부분이다. 재료-외피 혁신이 없을 경우, 운영 배출 감소만으로는 2030 및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 여러 분석에서 지적된다.
나무 건물, 콘크리트를 대체하다
목재 구조는 단순히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넘어, 물리적 무게 면에서 철근콘크리트(RC) 구조와 확연히 다르다. 퓌트만(Puettmann) 등의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규모의 건물을 지을 때 목재를 활용한 Mass Timber(MT) 구조는 RC 구조 대비 건물 전체 무게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예컨대 12층 건물에서 MT 구조물은 RC 건물의 약 50% 가벼우며, 18층 규모로 높아질 경우 무게 차이는 약 2500톤에 달한다.
이러한 무게 감소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를 넘어 환경과 도시 공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건물이 가벼울수록 토양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들어 지반 침하 위험이 감소한다. 특히 연약지반이 분포한 도시 지역에서는 건물 무게가 크면 클수록 지반 보강 공사가 필요해지고, 이는 추가적인 자원 소모와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반대로 MT 건물은 가벼운 특성 덕분에 지반에 부담을 덜 주고, 기초 공사의 규모 또한 축소할 수 있어 토양 교란과 지하수 흐름 변화도 최소화된다.
탄소 배출 측면에서도 목재 구조의 우위는 뚜렷하다. 퓌트만 연구팀은 자재 생산과 가공, 운송, 시공 과정(A1~A5 단계)을 모두 고려했을 때, 12층 MT 건물의 전 과정 탄소 배출량은 RC 건물의 55~62% 수준에 머무른다고 밝혔다. 18층 규모에서도 MT 건물은 RC 건물 대비 69~78% 수준으로, 상당한 절감 효과가 유지된다. 이는 목재가 콘크리트보다 에너지 집약적이지 않은 생산 공정을 거치며, 무엇보다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다른 연구들도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한다. Life Cycle Assessment(LCA) 비교 연구에 따르면 3층에서 20층까지 다양한 높이의 건물을 분석했을 때, MT 구조가 RC 구조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0~8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제 학술지 Net zero embodied carbon in buildings with today’s technologies(2024)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목재 구조를 확산할 경우 2050년까지 건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5% 절감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세조류 벽돌, 바닷속 생명을 건축에
미국의 스타트업 Prometheus Materials는 미세조류를 활용해 전통적 포틀랜드 시멘트 블록을 대체할 수 있는 ‘알지 블록(algae block)’을 개발하며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 블록은 기존 콘크리트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강도·단열 성능을 지니면서도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이는 미세조류가 성장 단계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특성 덕분이다. 학계 연구 역시 이러한 잠재력을 뒷받침한다. Frontiers in Built Environment(2025)에 발표된 논문은 미세조류를 건축 외피에 통합할 경우, 육상 식물 대비 높은 공간 효율과 안정적인 광합성으로 탄소 격리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MDPI 연구에서는 건조된 미세조류가 1kg당 1.8kg의 CO₂를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하며, 이를 파사드 시스템에 적용할 경우 건물이 단순한 외피를 넘어 “거대한 공기청정기”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한편 호주의 Building with Blue Biomass 프로젝트는 미세조류뿐 아니라 해초, 조개껍데기 등을 활용해 콘크리트 대체재를 개발하며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과 건축 부문의 탄소 감축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우리가 해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해양 생물들이 미래 건축의 핵심 자원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미세조류와 같은 바이오 기반 소재는 가볍고 단열성이 우수할 뿐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존 건축 자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의 길: 법과 제도, 그리고 첫걸음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건축 산업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현재 국내 건축은 여전히 콘크리트·유리·알루미늄 중심의 구조와 외피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와 녹색건축인증제 강화 같은 제도적 변화가 새로운 재료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이후에는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 민간 건축물에도 제로에너지 건축 5등급 수준의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이 의무화되면서, 친환경 외피 자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미세조류 벽돌 같은 바이오 기반 소재는 아직 법적 기준이나 성능 시험 규격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건축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공공건축이나 지자체 단위에서 소규모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나 도서관에 CLT 구조(목재로 만든 대형 구조)를 적용하거나 작은 주택 단지에서 바이오 단열재를 시험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은 실험들이 축적되어야만 제도적 기준 마련과 산업 생태계 조성이 뒤따르고, 나아가 국내 건축 시장이 본격적인 친환경 외피 혁신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건축 외피,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다 ]
1)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 Global Alliance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2025, March 17). Global Status Report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2024/2025. UNEP.
https://www.unep.org/resources/report/global-status-report-buildings-and-construction-20242025
[ 나무 건물, 콘크리트를 대체하다 ]
1) Chan, Y.-c. (2024, May 8). Comparison of mass timber structure and RC structure with regard to sustainability by life cycle assessment.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dvances in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https://www.ewadirect.com/proceedings/ace/article/view/12051
2) Myint, N. N., Shafique, M., Zhou, X., & Zheng, Z. (2025). Net zero carbon buildings: A review on recent advances, knowledge gaps and research directions. Case Studies in Construction Materials, 22, e04200.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214509524013524?via%3Dihub
[ 미세조류 벽돌, 바닷속 생명을 건축에 ]
1) Kim, K. H., Parrow, M. W., & Kheirkhah Sangdeh, P. (2025). Microalgae-integrated building enclosures: A nature-based solution for carbon sequestration. Frontiers in Built Environment, 11, 1574582. https://doi.org/10.3389/fbuil.2025.1574582
2) Warren, K., Milovanovic, J., & Kim, K. H. (2023). Effect of a microalgae facade on design behaviors: A pilot study with architecture students. Buildings, 13(3), 611. https://doi.org/10.3390/buildings13030611
3) Williams, A. (2023, September 28). Algae-based blocks could make for a more sustainable building. New Atlas. https://newatlas.com/architecture/algae-bio-blocks-som


'News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SEP 2025] AI가 촉발한 전력 위기, 해법은 '지능형 분산망'… "수익 모델과 민간 참여가 관건" (0) | 2025.10.18 |
|---|---|
| 미래 에너지 기술의 집약, '스마트에너지플러스 2025' 성황리 폐막 (0) | 2025.10.18 |
|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한눈에, ‘SMART ENERGY PLUS 2025’ 개막 (0) | 2025.10.15 |
| 국내 유일의 에너지 밸류체인 특화 전시회, 스마트에너지플러스 2025 (0) | 2025.10.13 |
| 패스트 패션이 가져오는 환경오염, 해결방안은? (11) | 2025.09.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