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수, 데이터센터의 갈증을 해결하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김대건, 27기 권준혁, 김나영, 이희원, 28기 김서진
데이터센터의 이면, 디지털 사회가 부르는 물 부족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부터 사진과 영상, 문서 등의 정보 저장, AI의 복잡한 연산 처리까지, 우리의 모든 디지털 활동 뒤에는 바로 데이터센터가 있다.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수록 디지털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로 인해 우리가 편안한 일상생활을 얻을 수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자원을 소비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물이다.
데이터센터에 물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수많은 서버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서버는 연산, 데이터 처리를 수행할 때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므로 냉각수를 사용해 열을 흡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센터는 매일 수백만 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2027년 세계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이 영국의 한 해 물 소비량의 절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 물이 꼭 깨끗한 물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해 냉각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하수처리수의 재활용은 데이터센터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하수처리수가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하수처리수-데이터센터 연계를 통한 새로운 순환형 인프라
하수처리수-데이터센터 연계 기술은 기존의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는 등 부지를 절감하고 그 자리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여 집적된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를 효과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데이터센터 폐열을 회수해 하수 처리에 활용하고 처리를 거친 방류수를 데이터센터에 냉각수로 공급하여 운영 효율을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하수처리수-데이터센터 연계 기술을 보유한 대표적인 국내 기업인 부강테크의 경우 기존의 하수처리시설에서 상당한 부지를 차지하던 1차 침전 부지를 자체 개발한 고속여과 기술인 ‘프로테우스’를 통해 85%가량 절감하여 하수처리장 부지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올 공간을 확보했다. 그 후 친환경 열교환 시스템을 활용하여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회수해 여과용 미생물 배양이나 폐수 건조 등 폐수 처리에 활용하고, 이렇게 처리된 방류수는 데이터 센터에 다시 냉각수로 공급한다.
부강테크는 2022년 미국 자회사 투모로우워터는 삼성물산, 도화엔지니어링, BNZ파트너스와 하수처리장에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는 ‘코플로(Co-Flow)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플로 사업은 하수처리장-데이터센터 개발사업 기회 발굴, 데이터센터 폐열·하수처리수 활용 탄소중립 전략 수립, 하수처리장-데이터센터 연계 관련 친환경 신기술 교류회 시행(연 2회) 등의 상호 협력 방안을 포함한다.
하수처리장-데이터센터 연계 프로젝트는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미국 조지아주 더글러스카운티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서 인근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폐수를 추가적인 정수 과정을 거친 후 냉각수로 활용한다. 순환 후 증발하지 않고 남은 물은 다시 처리하여 하천으로 돌려보낸다. 2021년 기준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4.22억 갤런의 물 중 음용수의 비율은 2%에 불과했다. 이렇게 구글은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를 연계해 대규모 용수 절감 효과를 거뒀다.
또 다른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퀸시 데이터센터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와 협력해 '퀸시 물 재사용 유틸리티(QWRU)'라는 별도 시설을 구축하고 데이터센터 냉각수로 사용된 물을 처리 후 다시 재순환하는 '폐쇄형 루프'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데이터센터의 산업폐수(고농도 무기질 포함)를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여 정화한 뒤, 다시 냉각수로 재사용함으로써 연간 1.38억 갤런(5200만 리터) 이상 물을 절감한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EPA(환경보호청) 공식 우수 사례로도 선정됐다. 이렇듯 하수처리장-데이터센터 연계 기술은 에너지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데이터센터 수자원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하수처리수 재활용: ‘물 절약’을 넘어선 에너지·환경·정책적 전환
하수처리수와 데이터센터의 연계는 단지 수자원 절약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에너지 자립화, 온실가스 감축, 환경 리스크 최소화 등 다층적인 효과를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도시 인프라 구축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에너지 자립화 측면에서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를 연계하면 폐열과 방류수의 순환이 가능해진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하수처리 공정에 재활용하고, 처리된 방류수를 다시 냉각수로 사용하는 구조는 에너지 재사용 비율(Energy Reuse Factor, ERF)을 높인다. 이는 냉각을 위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폐열이 지역난방이나 기타 산업 공정에 재투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도 크다. 냉각과 폐수 처리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면, 탄소 배출량이 직접적으로 감소한다. 물 사용을 절감하면서도 냉각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자원 순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데이터센터의 ESG 목표 달성과 탄소중립 전략 구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환경 리스크 최소화라는 장점도 있다. 하수처리수를 사용하면 하천이나 지하수와 같은 자연 수자원의 채취 압박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수질 오염과 수생 생태계 훼손 가능성을 낮추며, 물 부족이 심화되는 지역에서 특히 유용하다. 더 나아가 도시의 물순환 체계를 회복하고, 가뭄·수자원 분쟁과 같은 환경 리스크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정책 및 기업 경영 측면에서 하수처리수 재활용은 순환경제 구현과 직결된다. 유럽연합의 ‘기후 중립 데이터센터 협약’이나 국내의 ESG 경영 확산 추세를 고려할 때, 수자원 재활용은 앞으로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신뢰 확보에 이바지하는 핵심 요소다.
결국 하수처리수 재활용은 데이터센터의 ‘갈증’을 해소하는 기술이자, 에너지 효율 향상·탄소중립·환경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제도적 한계와 극복 방안
이처럼 하수처리수 활용 데이터센터 도입은 친환경성과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 큰 잠재력을 지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도적·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
우선 입지 규제 측면에서 하수처리장은 도시계획상 특정 용도지역·지구·구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건축물의 용도·높이·용적률 등에 규제를 받는다. 특히 개발제한구역, 생태계보전지구, 중요시설 보호지구 등에 속할 경우 추가적인 심의와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가 길어지면 민간의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
물 재이용 제도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하·폐수처리수를 재처리한 산업용수(냉각수·공정수·보일러용수)의 수질은 수요처와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 차원의 단일 기준이 아닌 개별 협의 체계이므로, 사업마다 인허가 협의 과정이 길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고부하 시설은 냉각수 품질 요구조건이 까다로워 협상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과 안정적인 냉각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설치 전 전력 인입 가능 여부와 통신망 연결성, 부지 하중 조건 등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일부 하수처리시설 부지는 전력 공급망이나 광대역 인터넷망에서 떨어져 있어 초기 기반 시설 투자비가 증가할 수 있다.
주민 수용성 역시 중요한 과제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다소비 시설이자 장기간 운영되는 대형 구조물로, 소음·발열·경관 문제 등이 제기될 경우 하수처리장과 함께 ‘복합 님비’(NIMBY) 시설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도입 전부터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오래된 하수처리장은 노후화된 시설의 현대화, 기후변화 대응, 강화된 환경 규제 충족 등에 대한 압박이 크다. 이때 하수처리장 상부나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면 부지를 찾는 민간기업과 하수처리장 개선을 추진하는 지방정부가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민간은 최적 입지에서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지방정부와 주민은 토지 장기 임대 수익 등을 통해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극복 방안으로는 ▲입지 규제 완화를 위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과 특례 적용 ▲전력·통신망 등 핵심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공공·민간 공동 투자 ▲데이터센터와 지역발전시설·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결합한 복합화 모델 확산 ▲지속적인 주민 참여형 계획 수립 등이 제시된다. 해외에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과 열교환 시스템을 접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 운영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기 위해 관련 지침과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
버려지는 물이 순환형 도시 인프라를 만든다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 문제는 단순히 한 산업군의 이슈가 아닌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시대에 도시 전체가 직면한 과제이다. 하수처리수 재활용은 버려지던 물을 다시 활용해 냉각수로 공급함으로써 새로운 수자원 개발 없이도 산업과 도시가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이미 해외 주요 기업들은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를 연계해 물 절약과 에너지 재활용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시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 인프라로 향하는 전환을 보여준다. 우리 역시 이 흐름에 발맞춰 하수처리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버려지는 물을 순환시키는 체계가 확산이 될 때, 데이터센터는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에너지 자립, 자원 순환, 환경 개선을 동시에 이끄는 ‘순환형 도시 인프라’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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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데이터센터의 이면, 디지털 사회가 부르는 물 부족]
1) 강다은, "전기·물 먹는 하마… 美주택가 데이터센터 애물단지 전락", 조선일보, 2024.08.04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08/04/JUMVCECSAZBIVJF7G7FZTVH3Q4/
2) 노도현, “데이터센터·환경·전력·AI 아우르는 ‘큰 그림 정책’ 세워라”, 경향신문, 2024.07.18
https://www.khan.co.kr/article/202407182111005
[하수처리수-데이터센터 연계를 통한 새로운 순환형 인프라]
1) 부경테크 공식 블로그, “도심 속 하수처리장, 데이터센터를 품다”, 2021.10.28., https://blog.naver.com/bkt_official/222551320439
2) 안대규, “하수처리장으로간 데이터센터…'열' 식히고 '생물여과' 촉진”, 한국경제, 2022.03.28.,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3285863i
3) Heather Clancy, “Sip or guzzle? Here's how Google's data centers use water”, TRELLIS, 2022.11.22., https://trellis.net/article/sip-or-guzzle-heres-how-googles-data-centers-use-water/
4) Sebastian Moss, “Microsoft funds Quincy data center wastewater treatment plant”, DCD, 2020.10.19., https://www.datacenterdynamics.com/en/news/microsoft-funds-quincy-data-center-wastewater-treatment-plant/
[하수처리수 재활용: ‘물 절약’을 넘어선 에너지·환경·정책적 전환]
1) Civil Engineering Source, “Engineers Often Need a Lot of Water to Keep Data Centers Cool”, 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2024.03.06., https://www.asce.org/publications-and-news/civil-engineering-source/civil-engineering-magazine/issues/magazine-issue/article/2024/03/engineers-often-need-a-lot-of-water-to-keep-data-centers-cool
2) Environmental and Energy Study Institute, “Data Centers and Water Consumption”, EESI, 2023.05.15., https://www.eesi.org/articles/view/data-centers-and-water-consumption
3) Nlyte Software, “Energy Reuse Factor: A Key Metric for Sustainable Data Center Operations”, Nlyte Blog, 2023.07.19., https://www.nlyte.com/blog/energy-reuse-factor-a-key-metric-for-sustainable-data-center-operations/
[제도적 한계와 극복 방안]
1) 국가법령정보센터,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2024.07.24,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d=011209&ancYnChk=0#0000
2) 국토교통부, 「도시계획시설」, 2013.10.18, https://www.molit.go.kr/USR/policyData/m_34681/dtl?id=63
3) 윤나경, “주택가 인근에 ‘데이터센터’ 건립?…주민들 “취소하라”, KBS뉴스, 2024.02.03,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2364
4) 이강우, “기피 시설 ‘하수처리장’… LHRI, “주민 친화적 시설로 바뀔 수 있어”, 시사위크, 2024.07.24, https://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1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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