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방산을 품을 수 있을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8기 정라진
ESG와 방산, 낯선 만남
방산은 ‘죄악주(Sin Stocks)‘에 포함된다. 죄악주란 담배, 주류, 도박, 무기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산업을 뜻하며 투자에서 배제되는 경향을 띤다. 기존 ESG 투자에서는 방산 산업은 '죄악주'로 여겨지며 대표적인 투자 기피 산업이었다. 무기는 전쟁과 살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환경과 사회적 책무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여겨졌고, 방산 산업은 ESG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즉,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ESG의 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자료 1.방산산업의 투자 움직임 변화]
출처 : pixabay
그러나 상황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유럽 최대 전자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는 5월 초, ESG의 정의를 '에너지(Energy), 안보(Security), 지정학(Geostrategy)'으로 재해석하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국제조약으로 금지된 무기'를 제외한 방위산업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을 완화했다. 민간 금융기관도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ESG의 가치가 단순히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넘어, 국가와 사회의 생존과 직결된 안보 문제까지 포괄하도록 확장된 것이다. 안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방산 기업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평가의 기준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방산 사업이 ESG에 도입된 배경과 파장, 그리고 이 움직임이 ESG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알아보겠다.
안보와 수익성의 재조명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후, 국가와 사회의 '자기방어 능력'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변화했다. 기존의 ESG 가치보다 더 복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트럼프의 나토(Nato) 탈퇴, 미국의 방위 공약 변화 가능성이 더해지며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낮아졌다. 결국, 안보(Security)의 측면에서 방위 산업의 전략적 가치를 중요시하게 되었고, 금융기관도 자연스레 그 흐름을 따르게 됐다.
단순히 안보의 중요성만 부각된 것이 아니라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모닝스타 분석에 따르면, 항공우주 및 방위 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유럽 ESG 펀드 수는 지난 2년 동안 22개에서 66개로 증가했다. 또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지수는 주요 업체 주가가 급등하며 2022년 초 이후 1.8배 상승했다. 이처럼 전쟁 이후 방산 산업은 단순한 ‘윤리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을 움직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각된 것이다. 경제적 가치를 따졌을 때 방산 산업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고 이를 배제하는 투자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투자 방식이 여전히 강조되고 있으나 방산 사업을 등한시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커졌다.

[자료 2. 상승하는 방산 산업 주가]
출처 : pixabay
여기에 더해, ESG 자체에 대한 신뢰와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글로벌 투자분석기관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3년도에 전체 ESG 펀드에서 140억 달러(약 18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가 운용자산이 2천990억 달러로 줄었다. 또한 최소 6개 펀드가 ESG 관련 보고 의무를 철회했고 32개 펀드는 폐지됐다. 즉, 시장에서 ESG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상황과 방산 투자의 필요성이 부각된 시점이 맞물리면서, ESG 투자 원칙이 재조정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치’와 ‘수익성’이라는 두 기준이 충돌할 때, 점차 수익성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적 반발과 시장 불경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시장 경기가 좋을 때는 장기적으로 보고 가치를 위한 투자가 가능하지만, 경기 둔화와 고금리가 지속되어 돈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단기 수익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가치 투자’로서의 ESG는 상대적으로 힘을 잃었고, 대신 즉각적인 수익과 안보를 담보하는 방산 투자가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결국 ESG의 방향성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국제 정세와 금융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동하는 성격을 띤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반된 반응
EU 집행위원회는 2022년 2월 15일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서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이니셔티브들은 유럽 방위산업이 금융과 투자에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 EU의 노력에 부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 소셜 택소노미 발표 이후 방산 산업을 ESG에 포함할지를 두고 논쟁이 펼쳐졌다. 독일 방산업체 BDSV CEO 한스 크리스토프 아츠포틴(Hans Cristoph Atzpodien)은 방산 산업도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인정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독일 교회 투자 그룹 AKI의 안체 슈니바이스(Antje Schneeweiß) CEO는 "소셜 택소노미에 따르면 군비는 사회적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며 해당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찬성하는 입장은 분명하다. 방산 산업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전쟁 산업’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며 사회적 안정의 토대라는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각국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강조된다는 점 역시 한몫한다. 영국 금융감독청이 “지속가능성 규제가 특정 산업 투자를 금지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방사 투자를 열어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르웨이 역시 20년 넘게 이어온 방산 대기업 투자 제한을 완화하려는 논의를 시작했는데, 이는 국가안보와 경제 성장의 두 가지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찬성하는 측의 이러한 흐름은 방산 산업을 비윤리적 업종에서 전략적 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시각 역시 여전히 강력하다. 파메니온 수석 투자 관리자 몰리 손튼(Mollie Thornton)은 “방위 산업은 인권침해와 정치적 불안정, 환경오염 등 심각한 ESG 리스크를 발생시킨다”며 투자 대상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누가 '선한 세력'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방산 산업 투자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을 지적했다. 반대 측은 방산 투자가 사회적 지속가능성이라는 ESG 본래 목적과 충돌할 수 있으며, 전쟁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한다. 방산 산업을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은 결국 전쟁을 미화하는 '워워싱'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또한 ESG 기준이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ESG의 신뢰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논리로, ESG의 본질적인 가치를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반대 측은 우려한다.
ESG의 새로운 국면
방산 산업을 둘러싼 ESG 논의와 투자 변화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ESG 자체를 재정의해야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한때 지속가능성의 절대적 기준으로 여겨지던 ESG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코로나19 팬데믹, 유럽의 그린딜 정책 등과 맞물리며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방산 산업 투자 재검토 논의를 포함해 ESG의 정치화, 기업들의 보여주기식 운영과 그린워싱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대중과 기업들의 피로도는 점차 높아졌다. 이러한 반응에 화답하듯 블랙록은 “ESG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런던 비즈니스 스쿨(LBS)에서는 ‘ESG의 종말’이라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의 정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SG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일부에서는 종말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재정립의 과정으로 본다. 지속가능금융 전문가 뱅상 라투르는 “ESG는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구조적이고 성과 중심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자료 3. 변화 중인 ESG]
출처 : pixabay
탄소중립과 녹색 전환은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ESG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 방산 산업을 둘러싼 논의처럼 ESG의 의미와 범위가 재정립되는 움직임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투자자, 민간인, 국가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ESG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이에 맞춰 기업과 정책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ESG는 보다 구조적이고 성과중심적인 기준으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처럼 단순히 “환경·사회·지배 구조”라는 틀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각 산업과 투자 대상의 실제 영향과 역할을 평가하는 형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혹은 새로운 논란과 갈등을 불러올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ESG를 둘러싼 논의와 투자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과정은 지속가능성과 투자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ESG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그린워싱을 유발하는 현재의 ESG 경영”, 24기 김하은, 25기 남궁성,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443
2.“안티 - ESG, 글로벌 불확실성에 고개를 들다.", 26기 김승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648
참고문헌
[ESG와 방산, 낯선 만남]
1) 선한결, “방산으로 눈 돌린 기관…'ESG 투자 금기' 깨진다”, 한경ESG, 2025.05.1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51152271
2) 정라진, “"ESG포트폴리오에 등장"...투자서 외면받던 방산주, 다시 뜨나”, 한스경제, 2024.09.03., https://www.hans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0263
[안보와 수익성의 재조명]
1) 김성용, ““죄악주 투자해볼까?”... ESG시대 주목받는 죄악주들 수익률 ‘고공행진’”, 글로벌이코노믹, 2025.06.24., https://www.g-enews.com/article/Securities/2025/06/202506241504356960288320b10e_1
2) 김재승, “외면받는 ESG 투자, 정부는 ESG가 돈이 되도록 해야”, 경향신문, 2023.11.05., https://www.khan.co.kr/article/202311052032015#c2b
3) 이혜운, “착한척 하던 'ESG 펀드'는 왜 불매하던 '방산주'에 투자하나”, 조선일보, 2024.09.03.,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4/09/03/ZLCYJXDGZVD7VNSIU2PMDT2YX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4) 주종국, “ESG펀드, 우크라전 이후 방산주 인식 변화…'불매'서 '투자'로”, 연합뉴스, 2024.09.02., https://www.yna.co.kr/view/AKR20240902118900009
[상반된 반응]
1) 송준호, “EU 소셜 택소노미…방위산업은 反ESG?”, 임팩트온, 2022.03.04.,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3581
2) 송준호, “EU, ESG 포트폴리오 내 방산 주식 확대...죄악 산업과 ESG 논쟁 또 고개 드나”, 임팩트온, 2024.09.04.,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2487
3) ESG.ONL, “방위산업 투자는 ESG 투자 윤리와 지속가능성을 약속할까”, 2025.05.22., https://www.esgonl.kr/article/pmDetail?idx=161
[ESG의 새로운 국면]
1) 김호준, “‘지속가능성 추구’로 수렴되는 ESG”, 이투데이, 2025.07.29., https://www.etoday.co.kr/news/view/2492384
2) 이경연, “방위산업, ESG 투자관점의 새로운 해석: “안보(Security)””, 대신증권, 2025.04.30.
3) 유인식, “ESG, 부활인가 위기인가:한국과 글로벌 시장의 교차점에서”, 전자신문, 2025.06.29., https://www.etnews.com/2025062700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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