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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수소-바이오

우리 집 가스레인지에 수소가 섞인다

by R.E.F. 27기 김나영 2025. 11. 9.

우리 집 가스레인지에 수소가 섞인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김나영

 

도시가스, 현대 산업의 핵심 에너지

도시가스는 가스전에서 채취한 천연가스(NG, Natural Gas)를 대량 수송과 저장을 위해 영하 162˚C로 냉각시켜 부피를 600분의 1로 압축한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를 기화시켜 공급하는 에너지다. 이 액화 과정에서 분진(Dust),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이 대부분 제거되어, 도시가스는 연소 시 공해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청정연료로 평가된다. 또한 도시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 시 쉽게 확산되며 발화 온도가 높아 폭발 위험이 낮은 안전한 에너지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도시가스는 난방, 전자, 섬유, 식품, 금속, 열처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도시가스의 변신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면서, 이 핵심 에너지원도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천연가스가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청정한 연료인 것은 맞지만,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2018년 대비 50~60% 수준의 추가 감축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목표 아래,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주요국들은 천연가스를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하고 온실가스 저감 및 상쇄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제도 마련과 지원 방안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방안으로는 바이오가스, 수소, e-메탄 혼입, CCUS 기술 활용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방안이 바로 기존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를 섞는 것이다.

 

도시가스 속 수소, 가능성과 과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이러한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도시가스 배관 내 수소를 혼입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가스공사 또는 일반도시가스사업자의 정압기지에 수소 혼입 시설을 설치하고, 우리가 이미 사용 중인 도시가스 배관망을 통해 수소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이 상용화되면, 별다른 설비 교체 없이도 가정용 보일러나 가스레인지뿐 아니라 산업용 보일러, CNG 버스, 발전용 가스터빈 등 다양한 기기에서 수소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도시가스에 20%의 수소를 혼입할 경우 약 765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데, 이는 2030년 감축 목표량(2억 9100만 톤)의 약 2.63%에 해당한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소를 섞어도 안전한가?”, "우리 집 가스레인지는 그대로 써도 되는가?"와 같은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로 수소는 도시가스보다 분자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연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혼입 시에는 이러한 특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이에 한국가스공사는 2023년부터 ‘도시가스 배관 수소 혼입 전주기 안전성 검증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의 목표는 도시가스 설비를 변경하지 않고도 수소를 안정적으로 혼입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수소 5% 혼입을 시작으로 20%까지 단계별 혼입률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바탕으로 최적의 혼입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총 3년간 진행되며 배관, 연소기, 부품, 내구성 검증 등 4가지 분야로 나누어 추진 중이다. 2026년에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시 도시가스 수소 혼입을 위한 안전기준 수립을 위해 도시가스 사업법령과 KGS(한국가스안전공사) CODE 개정 등 약 71종의 개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수소는 취성을 유발할 수 있어, 가스와의 혼합 농도가 높으면 도시가스 배관 내벽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가스공사와 가스안전공사가 수소 혼입 비율을 단계별로 높이며 시험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국내 도시가스 배관은 에폭시 코팅 강관, 폴리에틸렌(PE), 동배관, 스테인리스강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소 혼입 비율에 따른 내구성 연구가 병행되고 있다.

 

해외 동향

이러한 시도는 이미 수행 중에 있었다. 유럽은 2025년 10월부터 천연가스 배관에 최대 5% 수소 혼입을 의무화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은 최대 20% 수소 혼입 실증 프로젝트를 완료하거나 진행 중이며, EU는 유럽 수소배관망 구축 로드맵을 통해 2040년까지 총 53,000km의 수소 배관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중 약 60%는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재활용하여, 신규 파이프라인 구축 대비 50~80%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기존 도시가스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 혼입, 요금은 어떻게 될까

수소 혼입이 상용화되면 탄소 감축 효과는 기대되지만, 경제성도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수소는 생산 단가가 천연가스보다 높다. 천연가스는 이미 대규모 수입·유통망이 갖춰져 있는 반면, 수소는 천연가스 개질이나 전기분해 방식으로 생산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이에 따라 혼입 비율이 높아질수록 일정 수준의 요금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이 발전하고 단가가 낮아지면 요금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 비용을 함께 고려한 장기적 투자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수소의 불씨’가 타오를 날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이나 인지도뿐만 아니라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여 소비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에너지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시가스에 수소를 혼합하는 방안은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는 현실적인 에너지 전환 전략이다.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향후 수소 유통망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국민 생활과 직결된 도시가스망의 특성상 안전성 검증과 표준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중립의 시대, 우리 집 가스레인지 불꽃 속에도 ‘수소의 불씨’가 타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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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재] 청정수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장벽, '인증기준'통일이 관건이다", 23기 김경훈, 28기 정성엽https://iksung.tistory.com/156

2. "[세계 수소 여행] 체코 : 잠재력 앞에 놓인 제도적 숙제", 25기 이예영, https://iksung.tistory.com/168


참고문헌 

[도시가스, 현대 산업의 핵심 에너지]

1) 삼천리, https://www.samchully.co.kr/business/gas/intro.do?p=1

[탄소중립 시대, 도시가스의 변신]

1) 김규민, 고현정,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 달성을 위한 세부 이행방안 발표", 법무법인(유) 세종, 2023.04.07, https://www.shinkim.com/kor/media/newsletter/2065#:~:text=%EA%B8%B0%EB%B3%B8%EA%B3%84%ED%9A%8D%EC%95%88%EC%97%90%EC%84%9C%EB%8A%94%202030%EA%B9%8C%EC%A7%80,%EC%A4%91%EB%A6%BD%20%EC%82%AC%ED%9A%8C%EB%A1%9C%EC%9D%98%20%EC%9D%B4%ED%96%89

2) 천권필, "정부 "온실가스 최대 60% 감축" 업계 "10년내 내연차 퇴출될 것", 중앙일보, 2025.11.07,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0283

3) 한국가스공사, "계간 가스산업[2025년 3월 제24권 제1호]_3.주요국 및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들의 가스 탈탄소화 전략", 천연가스보고서, 2025.04.15.

[도시가스 속 수소, 가능성과 과제

1) 안재용, " 4년 후, 수소로 밥 짓고 보일러 돌린다…도시가스 배관에 섞어 공급", 머니투데이, 2022.02.08, https://www.mt.co.kr/economy/2022/02/08/2022020810305530392

2) 안희민, "가스공사, 도시가스관 수소 공급 실증 추진…가스안전공사와 협약", 데일리한국, 2025.02.19, https://www.mt.co.kr/economy/2022/02/08/2022020810305530392

3) 이주원, "가스안전공사, 도시가스 수소 혼입 검증", 서울Pn, 2025.04.24, https://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250424023005&wlog_tag3=naver

[ 해외 동향

1) 한국가스공사, "계간 가스산업[2025년 3월 제24권 제1호]_3.주요국 및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들의 가스 탈탄소화 전략", 천연가스보고서,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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