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에너지 낭비', '화석 연료 세탁'... 수소 둘러싼 논란의 진실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권준혁
수소 에너지 향한 우려의 시각

[자료 1. 수소에너지]
출처: Pixabay
수소 에너지는 연소하거나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로 변환할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부산물로 물만을 발생시켜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생산하는 ‘그린 수소’가 여러 수소 생산 방식 중 가장 친환경적으로 평가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수소 에너지의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지하고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소법 제정,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등을 발표하며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는 △수소차, 수소 선박 등 운송 부문, △수소환원제철, 석유화학, 시멘트 소성 등 산업 부문, △연료전지발전, 수소터빈발전 등 발전 부문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소 에너지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수소 에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지적이 바로 에너지가 낭비된다는 것이다. 수소 에너지의 효율을 생각할 때는 단순히 수소 에너지를 전기나 열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의 효율만을 고려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수소의 진정한 에너지 효율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생산되는 시점부터 활용되는 시점에 이르는 전 주기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라운드 트립 효율(round-trip efficiency)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소는 생산과 유통에서의 막대한 에너지 손실로 인해 그나마 효율이 높은 방식인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시나리오에서조차 50% 이하의 라운드 트립 효율을 보이고 있으며, 수소 터빈 방식의 경우 라운드 트립 효율은 26%까지 떨어진다. 즉 처음 수소를 만드는데 투입한 전기 에너지의 50%~70%가량은 버려진다는 의미다. 이렇듯 수소의 라운드 트립 효율이 낮다 보니, 특히 수소 발전을 중심으로 수소 에너지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결국 수소를 향한 '에너지 낭비'라는 비판의 핵심은 철강이나 합성 연료 생산과 같이 수소 자체가 필요한 산업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왜 굳이 애꿎은 전기를 수소로 바꾸고 그 수소를 다시 전기로 바꿔서 에너지를 낭비하냐는 것이다.
또 다른 비판은 바로 수소 에너지는 ‘화석 연료 세탁’이라는 비판이다. 수소는 활용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물만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활용할 때뿐만 아니라 생산할 때 탄소가 발생하지는 않는지도 따져야 한다. 만약 수소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면 단지 탄소 배출 시점을 조금 앞당긴 것에 불과해 온실가스 저감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든 ‘그레이 수소’로 공급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또한 상당량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그레이 수소를 궁극적으로 그린 수소로 넘어가기 위한 산업 기반 마련 과정의 마중물로 본다면, 현재 시점에서 그레이 수소를 사용하여 비롯된 탄소 배출은 어느 정도 용납 가능하다.
그러나 수소가 ‘화석 연료 세탁’이라는 비판은 받는 것은 단순히 현재 대부분의 수소가 그레이 수소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린 수소라 할지라도 수소가 정말 청정 에너지원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한 수소를 말하지만, 대부분의 수전해는 전력망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수전해에 들어간 전기가 정말로 재생에너지가 맞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대신 REC 구매나 PPA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그린 수소가 화석 연료를 세탁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출력제어로 재생에너지가 버려지는 시간대에 수전해 설비를 가동하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재생에너지가 남지 않는 시간대에 수전해 설비를 기동 할 경우 전체 전력 수요만 늘린 꼴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전체 발전량이 100이며 그중 재생에너지가 30이고 모든 재생에너지가 출력제어 없이 공급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상황에서 수전해 설비가 가동되어 전체 전력 수요가 10만큼 증가하면, 전력 당국은 전력 공급량을 늘어난 수요에 맞추기 위해 화석 연료 발전소를 10만큼 추가로 가동한다. 이 상황에서는 수전해 사업자가 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전체 국가 차원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사용 주체가 수전해 사업자로 바뀐 것일 뿐 재생에너지는 늘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화석 연료 발전소만 늘어난 꼴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수소는 에너지 낭비라는 비판과 함께 화석 연료 세탁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대 김승완 교수 인터뷰
이러한 수소 에너지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김승완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를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과 수소경제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에너지 고속도로’와 관련한 통합 분석 모형을 제시하는 등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자료 2. 김승완 교수 프로필]
출처: 김승완 교수 제공

[자료 3. 김승완 교수 경력사항]
출처: 네이버 프로필
수소 에너지는 에너지 낭비인가
Q: 수소 에너지는 BESS를 비롯한 다른 에너지 저장 방법보다 라운드 트립 효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러한 에너지 손실을 감수하고 전기를 수소로 바꿨다가 다시 전기로 바꾸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는지
A: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활용 계획을 세운 것이다. 미래에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면 잉여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발생하고, 그 에너지를 저장할 수단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대표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배터리와 수소인데, 그 둘은 비용 구조가 정반대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야 할 때 배터리는 셀이 비싸지는 반면, 수소는 수전해 설비는 그대로 두고 탱크만 늘리면 되기 때문에 입출력부(전기)가 비싸진다. 이 두 방식을 서로 보완적으로 활용하면 에너지 저장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이 둘의 상반된 특성을 반영하여 비용 최적화 모델을 돌려보면 배터리 용량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수소 쪽 용량도 분명히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Q: 수소 터빈의 경우 라운드 트립 효율이 매우 낮은 수준인데, 그럼에도 수소를 활용하려는 이유가 무엇일지
A: 우리나라에 도입된 가스 터빈이 대부분 10년이 채 안된 것들이 많고, 대부분 충남 위에 있다. 다시 말해 전기를 주로 소비하는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수도권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송전망을 지어서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데,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반면 수소는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만약 지역 사회의 반발로 송전망 건설이 지연된다면,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의 비용은 사실상 무한대로 봐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수소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낮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가스 터빈을 활용하는 정책이 훨씬 싼 정책이 되는 것이다.
수소 에너지는 화석 연료 세탁인가
Q: 수소를 재생에너지가 남지 않는 시기에 생산할 경우 안 돌려도 될 화석 연료 발전소를 수전해로 인한 전기 수요 때문에 추가로 돌린 꼴이 되어 결과적으로 화석 연료 세탁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A: 그 부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재생에너지가 남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역적으로 보면 재생에너지가 남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호남에서 태양광 전력이 많이 생산되더라도 송전망이 충분히 확충되어 있지 않으면 그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수 없다. 이런 제약을 고려할 경우, 전국적으로는 전기 수요가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많아 재생에너지를 전부 활용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남은 재생에너지가 남고 수도권은 전력 수요의 일부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충당해야 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수전해가 앞서 말한 조건 하에서 이뤄졌는지를 인증하기 위해 청정수소 인증 기준에 REC나 PPA 외에도 수전해 설비가 재생에너지가 발전된 시간대와 같은 시간대에 가동이 됐는지 또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지역에서 가동이 됐는지를 확인하는 기준도 필요하다고 보나
A. 그러한 인증 기준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수전해 발전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도 수전해 설비를 구축하기를 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REC나 PPA로 인증을 받는 것이 단순히 재생에너지 사용 주체를 변경하는 효과만 있다는 것은 잘못된 비판이다. 만약 수전해 사업자가 REC 시장에 신규 구매자로 등장하여 REC를 구매해 가면, 그 시장에서 원래 REC를 구매해 가던 주체들의 REC 몫이 줄어든다. 하지만 REC에 대한 기존 주체들 수요는 동일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부족해진 REC를 충당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난다. 즉 REC를 구매하여 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한 것이다. PPA는 아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속계약을 맺는 것이므로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이익을 증대시켜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는 구조가 더 명확하다. 모든 것은 시장 원리로 돌아가는 것이고, 정책 설계자들은 그린 워싱이 일어나지 않게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REC와 PPA는 그린워싱이 아니다.
Q: 우리나라는 출력제어가 발생하더라도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출력제어되는 양 자체도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닐뿐더러 ESS에도 저장이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전해에 들어갈 수 있는 전기는 적다고 생각한다. 수전해 설비는 경제성을 위해 기본적으로 높은 가동률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는 수전해를 위해 불가피하게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만 하는 구조는 아닌지?
A: 사실 우리나라가 지금 수전해를 통해 그린 수소를 자체 생산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40년 정도 돼야 경제적으로 돌아가기 시작을 할 것이다. 다만 2040년에 기술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할 때 바로 활용을 하려면 실증 운전 경험이 있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수전해는 당장의 경제성이나 환경성보다는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수소 에너지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저해되는가
Q: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수소를 수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유통 마진이 붙어 원산지보다 수소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결국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필연적으로 비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A: 에너지는 변환할수록 손실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가능한 한 전기 형태로 쓰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산업 부문에서의 수소 수요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전기로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제 하에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를 계산했더니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게 에너지를 수입해 오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에너지를 비싸게 쓰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석유와 가스도 운송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비싸게 사 오고 있지만 그것을 정제하거나 운반하는데서 오는 벨류체인은 우리나라가 굉장히 강하다. 수소 또한 우리나라가 관련 산업에서 앞서나갈 잠재력이 크다. 따라서 단순히 에너지가 비싸진다고 비관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산업의 벨류체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부가가치와 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Q: 해외에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해서 생산한 수소를 수입한다고 해도 그 나라와의 외교 관계나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러한 수소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수소 자급’으로 분류된 이유가 무엇인지
A: 위 질문과 같이 불가피하게 수입 수소의 비율을 높게 산정했으나 해당 비율에 대한 많은 우려가 존재했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서 해외에서 수입하더라도 그나마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다 보니 ‘자급’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질문한 대로 외교 관계가 깨지거나 전쟁이 나면 수소 수입은 충분히 막힐 수 있다. 에너지 앞에서는 동맹국도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최대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다만 해당 로드맵에서는 핑크수소(원전의 전기를 활용한 수소 생산), 청록수소(메탄 열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 등의 수소 생산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국내에서 자체 생산 가능한 수소 잠재량이 늘어날 여지는 남아 있다.
수소, 부분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접근해야
김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시스템적 사고’를 강조했다. 특정 부분만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도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보면 합리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소 경제도 마찬가지다. 수소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불가피하게 에너지 가격이 일부 상승할 수 있지만, 수소를 생산, 운반, 활용하는 벨류체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며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고려하면 수소 경제는 결론적으로 국가 경쟁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비록 실제 산업 현장에서 수소가 도입되는 속도에 비해 다소 급하게 정책이 추진된 부분도 없진 않지만, 수소는 궁극적으로 탄소 중립과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기술 중 하나이다. 수소 기술과 산업이 여러 우려점들을 극복하고 잘 성장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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