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용수가 진짜 필요한 곳: 반도체 초순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재이용수 용도를 두고 나오는 우려
‘하수나 폐수를 고도로 처리해 음용수 이외의 용도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 이것이 재이용수의 사전적 의미이다. 재이용수는 철강, 자동차, 광업, 건설업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현재 농업이나 식품 등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과 관련된 곳에도 재이용수가 쓰이고 있거나 이를 쓸 예정이며, 사람들은 이에 대해 우려와 불안의 목소리를 표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워타밤 등 물을 쓰는 축제에 재이용수가 도입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에 관한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있다.
올해 강릉에 대규모 가뭄이 일어나며 재이용수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물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하수에서라도 끌어쓰려는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를 식수나 우리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물로 쓴다면 주민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상수도, 재이용수 등 물이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용도를 달리하는 효율적 사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재이용수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분야가 있다. 바로 반도체에서 초순수를 만드는 분야이다. 초순수는 이온과 불순물을 제거한 물로,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초순수는 무엇이고 이를 재이용수로 만드는 것이 왜 더 효율적일까?
물을 사오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오염수 사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공정에서 쓴 물질을 제거하는 세정 과정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물에 불순물이 있으면 이것이 소자 내부로 들어가 반도체 성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초순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초순수는 불순물을 제거할 뿐 아니라 다양한 물질을 중화하거나 장비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반도체 공정은 먼지가 거의 없는 ‘클린룸’에서 일어나는데, 먼지가 없는 클린룸이 필요하듯이 반도체 내부에 들어가는 먼지가 없도록 물도 초순수를 써야 한다.
이러한 초순수는 깨끗한 물을 공급받아 쓰는 것보다 재이용수를 쓰는 것이 더 경제적일 때가 많다. 깨끗한 물은 일반적으로 돈을 내고 사와야 하지만, 사업장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며 생긴 오염된 물은 따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염수가 부족할 때도 지자체의 폐수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 올 수 있다.
외부에서 새로운 물을 산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화하는 데는 설비와 비용이 든다. 오염수가 더 많이 오염됐기에 이를 처리하는 데에는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험 점수를 0점에서 70점으로 올리기보다 70점에서 100점으로 올리기가 더 어렵듯이, 반도체도 외부에서 사온 물에서 초순수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반도체가 더 고기능화될수록 불순물이 옅은 농도에서 더 옅은 농도로 가는 공정의 가격 비중이 더 커져 오염수로 초순수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물을 확보하기 위한 반도체 기업의 노력
반도체 성능이 점점 고도화될수록 작은 먼지 하나가 반도체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더 많은 세정 공정과 초순수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자체의 수요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매년 반도체에 더 많은 물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은 물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조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염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2022년 11월 경기도와 경기도 내부 5개 도시인 오산, 화성, 평택, 용인, 수원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하루 삼성전자는 하루 약 47만 4000톤, 연간 약 1억 7300만 톤의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는 시의 공공하수처리장에서 폐수를 먼저 정화하고 삼성전자에서 이를 공급받은 삼성전자가 추가로 물을 정화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지자체와의 협력 외에도 내부에서 사용한 물을 초순수로 재사용하고 있다. 염소, 유기물 산화제 등 다양한 물질을 제거하는 PCF 필터와 반도체를 깎아낼 때 쓰이는 에천트나 세정 과정 등에 쓰이는 플루오린을 제거하는 기술에 강점이 있다. 또한 투과막 기술을 통해 여러 물질을 걸러 재활용해 만든 초순수의 질을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10월 초순수를 비롯한 공업용수를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공급받는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초순수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에 공급 외에도 더 불순물이 적은 초순수를 향한 연구를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협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수자원공사가 국가 R&D, 플랫폼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며, 관련 인재 육성과 고품질 초순수 상용화를 위한 내용도 포함돼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재이용수를 만들어주는 기업인 Veolia와 협업하며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로 초순수를 만들고 있다. Veolia의 기술은 40%의 폐수를 현장에서 재사용할 수 있고, 이는 공정 과정을 줄이는데도 이바지할 수 있다. 이외에도 폐수 처리 후 큰 오염물을 제거하는 UF(초여과)와 작은 오염물을 제거하는 RO(역삼투압)를 혼합한 공정으로 빠르게 산업용수로 재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협력 관계와 여러 공정을 통해 재이용수로 초순수를 만들고 있다. 반도체 자체의 수요와 고기능 제품의 생산량이 늘어나며 협력 관계를 늘리고 수처리 공정에도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해졌다. 다만 현재 반도체 기업은 고가의 장비와 공정에 따라 소수 기업이 큰 점유율을 가진 구조다. 즉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어렵기에 중소기업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수처리 기업이 반도체 관련 대기업과 협업을 맺는 구조도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어 나가는 길이 될 수 있다. 현재 반도체 제조 설비에 투자하기도 바쁜데 수처리 설비에는 더 투자할 여력이 없다. 이 역시 기업이 전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국가나 지역 차원의 물 부족 해결도 동시에
반도체 초순수에 재이용수를 활성화하면 물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여름에 가뭄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강릉시도 마찬가지다. 강릉시 가뭄 피해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재이용수 사용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빗물을 시설에서 유용한 수자원으로 바꿔서 이용하는 물의 양은 전국적으로는 66%가 늘었으나, 강릉시는 79%나 감소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강릉 지역에서 물 재이용률이 거의 0%에 수렴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하수, 저수지 등 재이용수로 쓰일 수 있는 물도 완전히 방치돼 있었다. 이처럼 물이 부족한 지역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물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분야에 재이용수를 사용하면 기존에 사용하려 했던 깨끗한 물은 다른 데 쓰일 수 있어 타 분야에 쓸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아진다. 따라서 반도체 분야에서 오염수로 초순수를 만드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경제성을 갖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물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오염수의 초순수 전환 활성화는 전체적인 재이용수의 양을 늘릴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여러 지자체와 수처리 기업이 반도체 회사와 협약을 맺고 있다. 오염수를 초순수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를 산업용수나 공업용수로 만드는 수처리 과정이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처리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는 재이용수 비중 상승을 초래해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이바지한다.
경제성을 갖춘 물 부족 문제 해결법의 해답은 반도체에

[자료 1. 반도체와 초순수]
출처 : AI 제작
지금까지 반도체 초순수에 오염수를 이용하는 것의 이점을 살펴봤다. 산업이 고도화되며 분업이 필수인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수처리도 분업화를 시행한다면 초순수 재사용 비중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 오염수로 초순수를 사용하는 것이 반도체 성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있으나, 큰 오염물질은 쉽게 걸러지기 때문에 산업용수를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휴대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우리 생활과 반도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다. 시대가 흐르며 점점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가 나타나고 있으며, 필요로 하는 물의 양도 더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모든 산업이 고도화되며 필요한 물이 점점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처리 산업의 새로운 시도가 물 부족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0월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AI를 식히는 기술, 지속 가능한 냉각의 조건", 27기 이서영, https://iksung.tistory.com/171
2. "AI가 촉발한 전력 위기, 해법은 'AI 오케스트레이션'에 있다", 23기 김경훈, https://iksung.tistory.com/178
참고문헌
[물을 사오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오염수 사용]
1) 이한영, "한국수자원공사-SK하이닉스, 초순수 국산화로 글로벌 주도권 확보"
[물을 확보하기 위한 반도체 기업의 노력]
1) 삼성전자, "WATER STEWARDSHIP"
2) 삼성전자 코스피, "삼성전자-환경부-지자체,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 위한 업무협약 체결", NewsWire, 2022.11.30,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956773
3) 심서현, "SK하이닉스 HBM 암초는 '물'...현실 된 韓 반도체 '물 대란'", 중앙일보, 2024.07.2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5838
4) SK 하이닉스 뉴스룸, "Water Management is Essential to the Semiconductor Industry" 2020.06, https://news.skhynix.com/water-management-is-essential-to-the-semiconductor-industry/?utm
[국가나 지역 차원의 물 부족 해결도 동시에]
1) 강혜란, "농어촌공사, 가뭄 속 물관리 체계 도마 위… “농업용수 우선해야”", 한국농업신문, 2025.10.22, https://www.newsfarm.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414
2) 전소연, "국감 도마 위 오른 '강릉 가뭄'…물 관리 대책 '질타'", Hello tv News, 2025.10.24, https://news.lghellovision.net/news/articleView.html?idxno=523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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