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이클 톰 재키 대표 인터뷰 1부, “왜 재사용인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25기 김승현, 27기 문준호, 28기 민예슬, 28기 정예빈
테라사이클 설립자 겸 CEO 인터뷰

[자료 1. Tom Szaky 대표 프로필]
출처: 테라사이클 제공
본 기사는 톰 재키(Tom Szaky) 테라사이클 대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테라사이클의 미션과 재사용 플랫폼 ‘루프’의 탄생 배경
Q. 테라사이클은 ‘쓰레기라는 개념을 없애자(Eliminating the Idea of Waste®)’는 미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서 '재사용' 플랫폼 루프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포장재에서 비롯됩니다. 포장과 쓰레기 문제는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상품 포장 및 판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합니다. 현재 비용 절감이나 경량화와 같은 포장재의 주요 트렌드 중 상당수가 재활용 가능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 넓은 시스템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포장재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료 2. 폐기물 계층 구조]
출처: Chat GPT 생성 이미지
프랑스에서의 성공, 핵심은 ‘카르푸’와 ‘AGEC’법
Q. 루프를 처음 구상하셨을 때, 어떤 나라가 이 시스템 도입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나요?
A. 초기에는 대규모 유통망과 높은 소비자 밀도를 가진 시장(예: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적합한 국가는 단순히 시장 규모가 큰 국가가 아니라, 규제 및 기업의 리더십이 결합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양한 국가들 중에서 프랑스가 가장 적합한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카르푸(Carrefour)와 유통업체의 선구적인 리더십과 프랑스 정부의 AGEC법(반폐기물 및 순환 경제법, Anri-Waste Law for a Circular Economy)에 따라 명확한 재사용 의무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프랑스에서의 루프 재사용 플랫폼의 성공적인 구축과 확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 강력한 규제와 인센티브
Q. 귀사에서 프랑스 성공의 4가지 핵심 요소로 '유통업체 파트너십', '명확한 규제', '재정 지원', '시스템의 편리성'을 꼽았습니다. 이 네 가지 요소 중, 다른 국가에 재사용 모델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갖춰져야 할 단 한 가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네 가지 모두 필수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영향력 있는 법률 제정 및 보조금 지급이었습니다. 강력한 목표 설정과 보조금은 선형 경제에서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돕고, 유통업체와 브랜드 모두가 적극적으로 재사용 방식을 채택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법률 제정과 재정 지원의 결합은 다른 국가에서도 재사용을 소규모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가 아닌 국가적 규모의 주류 상업적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프랑스에서는 편의성("Buy Anywhere, Return Anywhere")이 재사용 모델 도입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었으며,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지원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전국적으로 매장 이용이 가능하고, 참여 방법도 간단하기 때문에 포장재 사용과 반납을 일상에서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Q. 프랑스의 성공에는 법적 규제와 재정적 인센티브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재사용 경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 노력과 정부의 의무적 규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의무적인 정부 규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 자발적인 기업의 노력으로 시작된 파일럿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AGEC법 규제가 의무 사항을 규정하고 재정적 지원이 제공되자, 카르푸와 같은 주요 유통업체들이 유통 모델의 장기적 전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제가 없다면 재사용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실패에서 배운 교훈, 규제의 부재
Q. 미국, 일본 등에서 루프 시범 프로그램이 조기 중단된 사례가 많았다고 언급되었습니다. 이들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요?
A. 의무적인 정부 규제와 인센티브의 부재가 가장 중요한 공통 장애물이자 결정적인 교훈이었습니다. 규제와 인센티브가 마련되면, 브랜드와 유통업체는 재사용으로 전환할 것입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어디서든 구매하고,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한국 시장을 향한 제언, EPR과 기업의 선도적 역할
Q. 한국 정부는 최근 다회용기 사업 예산을 57.1% 증액했지만,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프랑스 루프의 성공 사례가 한국 정부나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어떤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하십니까?
A. 프랑스의 성공 사례는 선제적인 조치가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합니다. 한국 정부의 재사용 용기 사업 예산 증액은 매우 긍정적인 소식입니다. 하지만 의무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입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 내에 재사용 의무와 인센티브를 포함시킨다면, 기업들은 재사용 프로세스 구축을 단기적인 비용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프랑스 카르푸의 리더십은 유통업체의 초기 투자가 전체 공급망을 움직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주요 유통업체들이 다회용기를 선도적으로 도입한다면, 갑작스러운 규제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완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료 3. 테라사이클의 루프 시스템]
출처: 테라사이클 제공
Q. 한국의 술인 소주는 업계가 공용병을 규격화해 비용·환경 부담을 줄여왔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회사별 전용병이 등장하면서 공용 체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이러한 환경 효율성과 마케팅 전략의 충돌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업계의 관점도 이해합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제품과 브랜드는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면서도 브랜드 차별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정적으로, 기업은 규제 틀 내에서만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재사용이 규제로 의무화된다면, 기업들은 표준화된 재사용 용기 내에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순환 경제 시대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규제는 새로운 마케팅 혁신에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루프 서비스와 루프 얼라이언스 또한 포장재 표준화를 다음 목표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소주병 재사용 모델과 같은 이상적인 순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규제의 지원 없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발적인 기업 노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톰 재키 대표와의 인터뷰 1부를 마치며
테라사이클의 톰 재키 대표는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포장과 유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보고 재사용 플랫폼 ‘루프’를 구축했다. 경량화와 원가절감 중심의 기존 포장 트렌드는 재활용 가능성을 약화시키기 쉬우며, 따라서 시스템 차원의 설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프랑스에서만 다회용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카르푸의 선도적 참여와 AGEC법의 재사용 의무, 보조금 등 재정 인센티브가 결합되어 “어디서든 구매하고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는 전국적 편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영국·일본의 파일럿은 의무 규제와 인센티브의 부재로 전국 확장에 실패했다.
톰 재키 대표는 재사용이 소규모 시도를 넘어 국가적 상업 현실이 되려면 강력한 규제와 인센티브가 결정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다회용기 예산 증액을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EPR 제도에 재사용 의무와 인센티브를 포함해야 기업이 재사용을 장기 투자로 인식할 수 있다고 조언을 주었다. 한국의 소주병처럼 브랜드 차별화와 표준화가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규제가 표준 공용 용기의 틀을 마련하고, 기업은 그 틀 안에서 디자인과 서비스 혁신으로 차별화를 구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1부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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