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하는 한전 중심 전력시장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8기 김서진
전력 직접 구매에 나선 대기업
최근 대기업들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전력직접구매제도를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전 중심 전력시장 구조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 예상된다.
특히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석유화학업계에서 탈한전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022년부터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70% 급등해 원가 절감에 나선 것이다. 이 중 LG화학이 대기업 중 첫 사례로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여러 기업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이 한전을 떠나는 이유
전력직접구매제도는 3만kVA 이상인 전기소비자가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로 2003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그동안 이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기업들이 한전을 떠나는 것일까?
최근 기업이 한전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요금은 주요 경쟁국 대비 약 50% 이상 높은 190.4원/kWh 수준에 이른다. 앞서 언급했듯 불과 3년 사이 70% 가까이 인상되면서 대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급격하게 커진 것이다. 하지만 전력시장 가격(SMP)은 한전 산업용 요금보다 40~60원 정도 저렴해 연간 수백억 원에서 조 단위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료 1. 2025년도 4월 1일 시행 산업용 전력량요금]
출처: 한국전력공사
이처럼 산업용 요금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보통 산업용 전기요금은 애초에 원가가 낮고 산업 경쟁력을 위해 주택용보다 낮게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OECD 평균을 살펴봐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보다 약 25%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2022년 이후 여러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택용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크게 인상했다.

[자료 2. 한국전력공사 15년간 자산 및 부채 규모]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이제껏 한국의 전기요금은 산업용과 주택용 모두 매우 저렴한 편에 속했다. 특히 연료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기가 단순히 시장 논리로 공급되는 것이 아닌 한전, 즉 공기업에서 책임지고 운영하며 전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료비가 급등하자 한전은 국민부담 완화를 위해 비용을 적기 반영하지 않고 이연하거나 분할했다. 그 결과 2021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한전의 부채는 60조 원에서 120조 원으로 2배 증가했으며, 부채비율은 112%에서 619%로 6배 가까이 늘어나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이러한 부담이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더 집중되면서 현재와 같은 전기요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높은 수준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대기업들이 한전을 떠나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비용 절감이 큰 원인이지만 ESG 경영을 강화하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 ESG 경영을 중시하는 환경 속에서 RE100, CF100 등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직접구매제도를 이용해 재생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특히 전력직접구매제도를 이용한 재생에너지 도입은 단순히 기업의 비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업에 이미지와 지속가능성,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변화하는 전력시장
앞으로 이러한 흐름을 막지 못하게 된다면 현재의 한전 중심 전력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전력 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이 한전을 떠나게 된다면 결국 요금 부담은 주택용과 중소기업에게로 돌아오게 될 수 있다. 3만kVA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은 약 500여 곳, 전체 소비자의 0.0025%이지만 전체 전기사용량의 29%를 차지하는 한전의 우량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 남은 소비자에 대한 요금 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공정한 구조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기업의 전력 직접구매가 계속되면 한전의 망서비스만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질 것이다. 한전의 산업용 전기 사용자와 달리 직접거래 사용자에게는 망 사용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맞게 기존 규정을 개정하고 망 사용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흐름의 원인이라고 지적되는 것은 종별 원가와 상관없는 전기요금의 결정과 독립적이지 못한 전기요금 결정 체계이다. 현재의 전기요금은 정치권 개입 등으로 인해 요금 인상이 미뤄지거나 왜곡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따라서 앞으로는 연료비 연동제를 기반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공정한 전기요금 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미래 전력시장의 과제
한전 중심의 전력시장 구조는 현재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공정한 요금 구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전력시장이 될 수 있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당장은 한전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전뿐만 아니라 전력시장 구조와 에너지 전환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앞으로의 전력시장 구조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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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전력 직접 구매에 나선 대기업]
1) 신유경, "[단독] 산업용 전기료 3년새 70% 쑥…기업 죽을맛", 매일경제, 2025.07.24, https://www.mk.co.kr/news/business/11376750
2) 조재현, "LG화학, 한전 대신 전력거래소에서 전기 직접 구매", 조선일보, 2024.07.25,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07/25/NHP6NO6AQJF5RIL2ECANVTD64U/
[기업이 한전을 떠나는 이유]
1) 고동현, "탈한전 시대 한국전력의 과제 2025년 부채위험 진단", 기후솔루션, 2025.08, https://forourclimate.org/ko/research/597
2) 안옥희, "비싼 전기료에 발목...탈한전·자가 발전으로 살길 찾는다", 한경비지니스, 2025.09.05, https://n.news.naver.com/article/050/0000095789?sid=101
3) 이상복, " 전력직접구매제 이달 첫 개시 '脫한전' 속수무책", 이투뉴스, 2025.04.14, 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8818
4) 차대운, "반도체 등 K-수출품 만드는 산업용 전기, 주택용보다 비싸졌다", 연합뉴스, 2024.03.10,
https://www.yna.co.kr/view/AKR20240308124400003
[변화하는 전력시장]
2) 전지성, "[이슈분석] 논란의 전력직접거래…“산업계 이탈하면 한전 적자는 일반소비자에 전가”", 기후에너지데이터뱅크, 2025.03.31, https://edata.ekn.kr/article/view/ekn202504030005
3) 정세영, 차기영, "[지상좌담회] 탈(脫)한전이 불 지핀 전력시장 구조·거버넌스 변화", 전기신문, 2025.05.20,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5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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