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대, 무기가 된 자원과 총성 없는 전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8기 박지혜
자원민족주의란?

[자료 1. 자원민족주의]
출처 : Chat GPT 5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란 천연자원을 보유한 국가가 자국의 이익과 주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원을 국유화하고, 가격을 인상하거나 외국기업에 대한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자원을 무기화해 대외정책에서 우위를 독점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자원을 보유한 국가로부터 자원 공급이 줄어든다면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자원의 국유화 및 수출 통제는 관련 기술의 발달을 더디게 만들며, 국가 간 정치적 분쟁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원을 보유한 국가에서는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 자원의 가격에 따라 국가 재정이 매우 불안정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은 무기가 된 자원의 위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자원민족주의의 대표적 사례인 석유파동은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배터리 시대 핵심 광물의 권력은 어디에 있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석유파동의 악몽
1973년,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등 이슬람 국가와 이스라엘 간 중동전쟁이 발생했다. 당시 서방 국가들은 아랍 산유국의 적국이었던 이스라엘에 원조했고, 아랍 산유국들은 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설립하여 일방적으로 석유 가격을 70%, 이후 128%로 인상했다. 20세기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전 세계 국가들은 인플레이션과 불황을 동시에 겪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유가 인상의 영향으로 전체 공산품 가격, 대중교통 요금, 화물 수송비 인상이 잇따랐고, 축산업계도 사료, 비료 가격 인상으로 축산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1976년 OPEC가 원유값 인상에 합의하고 실행에 옮기며 원유값은 서서히 올라갔다. 1979년, 당시 세계 석유공급의 15% 수준을 점하고 있던 이란 내부의 정치, 경제적 혼란이 심각해 석유 생산량을 대폭 감소시키고, 수출을 전면 금지시키게 돼 제2차 석유파동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국제 유가는 5개월 만에 15달러에서 39달러로 2.6배 상승했고, 당시 중화학 공업 육성 시기로 석유 의존도가 높았던 대한민국의 물가는 1980년에 전년 대비 28.7% 상승하게 됐다. 두 번의 석유파동으로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동시에 산유국들의 국제적 영향력은 강화다. 이를 계기로 원자력, 화석연료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커졌으며,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은 쇠퇴하고 효율형 산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됐다.
중국의 무기가 된 희토류
란타넘(La), 세륨(Ce), 스칸듐(Sc), 이트륨(Y) 등 자연계에서 희귀하게 존재하는 17개 금속 원소를 희토류(稀土類)라고 한다. 희토류는 채굴·제련 과정이 복잡해 생산이 어렵고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지만, 소량으로도 소재의 기능을 향상하는 데 탁월하며 영구자석, 촉매, 연마제, 형광체, 배터리에 활용되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완만한 환경 규제와 값싼 노동력 때문에 전 세계 희토류 수출의 68%, 정제능력의 85%를 달성했고, 희토류의 탐사·채굴·정제·생산·재활용까지 이르는 완전한 밸류체인을 국유화하고 있어 매우 막강하다.
2010년, 중국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으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고, 일본은 포로로 잡은 중국 선장을 2주만에 풀어주며 항복했다. 이후 일본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게 됐으며, 이 사례는 국제사회에 중국의 자원 권력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최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대한 맞대응으로 2025년 4월 4일부터 희소가치가 큰 디스프로슘(Dy), 네오디뮴(Nd) 등을 포함한 중희토류 7종, 그리고 희토류로 만든 자석을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디스프로슘의 국제 가격은 규제 전 4월 3일 kg당 230.5달러에서 규제 후 4월 10일 277.55달러로 20.4% 상승했다. 특히, 한국은 2023년 희토류 원재료 수입량의 60%를, 소재·부품 수입량의 89%를 중국에서 조달받는 등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전 세계는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영구자석 개발을 위해 3300만 달러를 공동투자했으며, 현대차와 기아는 2024년 희토류 소재 대체 및 재활용 기술 개발을 위해 연세대학교와 공동연구실을 설립했다.
배터리 시대, 주요 핵심자원의 국가별 매장·생산량
기후 변화로 탄소중립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배터리는 미래를 이끌어갈 주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돼 있다. 그중 양극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관여하는 리튬, 니켈과 부식 및 안정성을 잡아주는 코발트, 망간(망가니즈) 등으로 구성되며, 배터리 원재료 가격의 약 50%를 차지한다. 불행히도 이 주요 원자재들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매장량 1위는 볼리비아(2100만 톤), 2위는 아르헨티나(1930만 톤), 3위는 칠레(960만 톤)이며,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53%가 이 지역에 있어 ‘리튬 삼각지대’로 불린다. 호주는 전 세계 리튬 생산량(13만 톤)의 46.9%(6만 1000 톤)을 생산하며, 니켈, 망간,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 생산량이 모두 5위 안에 들어가는 독보적인 자원부국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이자 생산국으로, 2023년 기준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30%를 생산했다. 한편,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망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 4개국에서 점유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
전 세계 리튬 총매장량의 53%가 매장되어 있는 ‘리튬 트라이앵글’ 지역은 리튬 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완료하거나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세계 1위 리튬 매장국인 볼리비아는 많은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리튬을 경제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영 리튬 기업(YLB)을 설립하여 리튬 관련 비즈니스에 YLB가 100% 참여하도록 법제화함으로써 민간 기업의 지분을 없애고 리튬 자원을 정부가 소유하는 전략 자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리튬 개발 자생력이 낮고, 경제력과 산업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리튬 생산량은 전무하고, 외국 자본과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2위 리튬 매장국인 아르헨티나는 어떨까? 아르헨티나는 리튬 매장량, 생산량 모두 높은 국가이다. 아르헨티나 역시 리튬을 국가 전략자원으로 인식하고 엘 레온시토 소금 평원 지대에서 발견된 리튬에 대해 기 승인된 모든 탐사 허가를 철회하는 법령을 공포했을 뿐 아니라 주정부 소유 공기업을 설립해 공기업으로 하여금 제삼자와의 파트너십 또는 단독으로 리튬의 탐사 및 채굴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리튬을 통한 잠재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세계 2위 리튬 생산국인 칠레는 리튬 자원과 산업을 정부가 관리, 감독하고 생산 전 주기에 걸쳐 국가가 참여하도록 국영 리튬 기업을 설립하기로 했고, 세계 10위 리튬 매장국인 멕시코 정부는 2022년 리튬의 국유화를 선언하며 중국 기업에 주었던 리튬 채굴권을 회수하기까지 이르렀다.
취임 초기부터 멕시코의 주체성을 강조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리튬을 보유한 중남미 국가들의 국익보호를 위한 국제기구의 설립을 주장했고,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대통령도 이 주장을 지지한 바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남미국가연합(UNASUR)을 재건하는 등 중남미 국가들의 '리튬판 OPEC'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일부 중남미 국가는 경제력, 기술력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과의 협업은 피할 수 없지만, 중남미 국가들의 생산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져 이를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장기적인 대응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이미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에 제련소 수를 늘려 니켈 제품 형태로 가공 후 수출함으로써 국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해 자국 산업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실제로 외국인 직접 투자금액은 2020년에 비해 2023년에 75% 증가했고, 2020년 약 8억 달러였던 니켈 제품의 수출 금액은 2023년 68억 달러로 급증하여 대성공을 이뤘다. EU는 인도네시아의 조치를 WTO에 제소했고, WTO는 2022년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가 WTO 규정 위반이라 판정했지만 인도네시아는 항소하며 현재까지 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자원 질서를 위해서
과거 석유파동에서 보았듯이 자원민족주의는 전 세계를 뒤흔드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으며 지난날 석유의 위협은 오늘날 희토류·리튬·니켈로 되풀이되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고 있지만, 자원의 불균형은 꾸준히 국가 간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경제력, 기술력이 뒷받침되었다고 전제할 때, 자원을 보유한 국가가 자국민족주의 정책을 추진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당 산업의 발달을 더디게 하며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자원소비국은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며, 희토류, 리튬, 니켈 등 전략 자원의 재활용 기술 및 대체, 보완 소재를 개발하여 자국 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WTO, IEA의 영향력을 키워 자원 수출입 문제를 조정하고, 공동 투자, 기술 개발을 추진하여 협력을 통한 인류 모두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다. 지금은 자원을 무기로 경쟁하기보단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자원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한 때이다.
자원민족주의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중국이 잠그면 멈춘다: 재생에너지의 급소, "희토류"", 27기 김주희, https://iksung.tistory.com/18
2. "트럼프의 심해광물 채굴 행정명령: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선 미국의 해저 전쟁", 27기 신소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856
참고문헌
[석유파동의 악몽]
1) 윤명철, "[역사로 보는 경제] 오일쇼크 악몽과 탄소중립 열품", 시사오늘(시사ON), 2021. 10. 24, https://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2790
2) 이동우, "'물가 30% 폭등' 오일쇼크 악몽 재현될까...5차 중동 전쟁 산유국 확산 여부가 관건", 아시아경제, 2023. 10. 10, https://v.daum.net/v/20231010105311248
[중국의 무기가 된 희토류]
1) 강천구, "희토류 무기화, 전 세계 비상", 전기저널, 2025. 08. 25, http://www.keaj.kr/news/articleView.html?idxno=597390
2) 김효성, "미국, 전기차 만들기 싫어? 트럼프 손들게 한 중국 희토류", 중앙일보, 2025. 06. 1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3415
3) 박정한, "[종합]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로 한국 수입 76% 급락... 세계 공급망 대혼란", 글로벌이코노믹, 2025. 06. 08, https://v.daum.net/v/20231010105311248
4) 한애란, "'희토류 강국'이었던 미국, 어쩌다 중국에 약점 잡혔나[딥다이브]", 동아일보, 2025. 04. 19,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5/06/202506081343271060c5557f8da8_190
[배터리 시대, 주요 핵심자원의 국가별 매장·생산량]
1) 이민경, "'리튬의 나라'호주, 5대 광물 '종합세트'가진 중국... "세계는 지금 핵심 광물 확보전"[이젠 광물力 시대]", 헤럴드경제, 2023. 08. 06, https://mbiz.heraldcorp.com/article/3184678
2) 이찬우, "[기획]광물이 국가 경재력 · · ·세계'자원민족주의'확대", 매일일보, 2024.02.27, http://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096856
3) LG에너지솔루션, "세상의 모든 배터리에 대한 궁금증 -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광물은 어떻게 확보할까?", 2023.06.29, https://inside.lgensol.com/2023/06/%EC%84%B8%EC%83%81%EC%9D%98-%EB%AA%A8%EB%93%A0-%EB%B0%B0%ED%84%B0%EB%A6%AC%EC%97%90-%EB%8C%80%ED%95%9C-%EA%B6%81%EA%B8%88%EC%A6%9D-%EB%B0%B0%ED%84%B0%EB%A6%AC%EC%97%90-%EC%93%B0%EC%9D%B4/
[배터리 핵심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
1) 박의래, "인니 정부 "WTO, 니켈 수출금지 협정 위반으로 판단···항소할 것", 연합뉴스, 2022. 11. 23, https://www.yna.co.kr/view/AKR20221123079400104
2) 이재림, "멕시코, 中 기업에 줬던 리튬 채굴권 취소…자원 국유화 본격화", 연합뉴스, 2023. 09. 27, https://www.yna.co.kr/view/AKR20230927004800087
3) 미상, "[월간정세변화] 중남미 자원 국유화와 블록화", EMERiCs 중남미, 2023. 06. 30, https://www.kiep.go.kr/aif/issueDetail.es?brdctsNo=350196&mid=a10200000000&systemcode=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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