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마다 피어날 '제로 에너지' 혁명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8기 박지혜
ZEB의 개요와 배경
건설업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소비량이 증가하는 분야이다. 냉난방, 전력, 가스 등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1971년 대비 2010년에 2배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효율이 향상되지 않을 경우,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는 2050년까지 5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구원에 의하면, 2021년 서울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건물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66.5%로 상당히 높다. 이에 따라, 건축물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Zero Energy Building, 이하 ZEB)은 단열, 환기 성능을 높이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설치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건물 내 에너지 생산량이 소비량을 상쇄해 ‘제로’에 수렴하는 건축물이다. ZEB 등급은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량 대비 생산량 비율인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한다. 에너지 자립률이 100% 이상이면 1등급, 80% 이상이면 2등급, 60% 이상이면 3등급, 40% 이상이면 4등급, 20% 이상이면 5등급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패시브(Passive), 액티브(Active) 두 가지 기술로 이루어진다. 패시브 요소는 계절 외기온도 등의 변화가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고성능 단열재, 자연채광, 환기 등을 활용하거나 가전기구, 조명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액티브 요소는 고효율 보일러, 폐열회수 환기 장치 등을 통해 기계 설비의 효율을 높이고 건물 외부에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해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방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기 때문에 건물마다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 6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세부 로드맵(이하 ZEB 로드맵)을 발표한 이래로 공공 건축물에 한해 ZEB 인증 의무화 제도를 시행 중이던 정부는 2025년 6월부터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축물과 30 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도 ZEB 인증 ‘5등급 수준'으로 설계하도록 강화했다. 민간 부문의 설계 기준이 ‘5등급’에서 에너지 자립률 13~14% 이상인 ‘5등급 수준’으로 완화된 이유는 건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의 여파와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30년에는 연면적 500㎡ 이상의 모든 공공 및 민간 신축 건축물에 대해 ZEB 인증이 의무화되며, 2050년에는 모든 건물이 ZEB 1등급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ZEB 인증을 취득할 경우 건축 기준을 완화하거나 세제 혜택 및 금융지원, 신재생에너지 설치 보조금 지원, 에너지 이용 합리화 자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ZEB를 향한 건설 업계의 변화
국토교통부는 ZEB 인증 의무화 로드맵이 100% 완료될 경우, ZEB 시장 규모가 2030년에 100조 원, 2050년에 180조 원까지 확장될 것으로 분석한다. ZEB 규제가 점차 확대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고효율 자재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태양광 전문업체인 엡스코어 등과 유리, 철판 접합식 BIPV(Building-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BIPV는 건물의 외벽에 설치되어 전력 생산과 건축 외장재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별도의 설치 면적이 필요 없어 시공 면적이 부족한 도심 건축물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과 BIPV 업체들은 기존 ‘양면 유리’ 구조가 아닌 ‘유리와 철판 접합’ 구조의 경량화된 태양광 패널을 제작할 수 있다. 현대건설 또한 ZEB 시장 규모가 2030년에 최대 10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고, BIPV 등 관련 기술 역량 축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이 운용하는 Smart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는 건물의 에너지 생산, 저장, 소비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AI기반 분석 및 제어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 BEMS는 단순히 에너지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이었다면 Smart BEMS는 건물의 층, 날씨, 온도에 맞게 자동으로 에너지를 관리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냉난방 및 전기 조명 밝기를 조절하며, 일일, 주, 월, 년 단위로 목표 사용량을 분배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2014년 그린스마트혁신센터에 Smart BEMS를 최초로 적용했고, 2018년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에 확장 적용했다. 그 결과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는 공동주택 평균 대비 전기 51%, 난방 43%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GS건설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제어 기술과 초고효율 LED를 사용한 ‘에너지 절약형 조명’을 자체 개발해 자사의 ‘자이’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기존 대비 30~50% 줄인다.
한편, 각 건설사들은 ZEB 인증 기준 만족을 위한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롯데건설은 석회석 사용량을 30% 줄이고 경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반응경화 시멘트’를 사용했고, 산업 현장에서 배출된 CO₂를 포집해 모르타르 배합 과정에 재활용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대우건설은 기존 시멘트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54% 줄이는 ‘탄소 저감 조강형 콘크리트’를 자체 개발해 국내 건설사 최초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ZEB 인증 건축물
2014년 발표한 ZEB 조기 활성화 방안에 따라 저층형, 고층형, 타운형으로 나누어 업무시설, 도서관, 저층 주택단지, 학교 등 다양한 유형의 시범사업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2020년 6월 기준 137개 건물이 ZEB 예비 인증을 취득했고, 그중 16개가 본인증을 취득했다.
서울 마포구의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2013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ZEB 인증 공공 건축물로, 에너지 자립률 60.37%를 달성했다. 우선, ‘패시브’ 요소로는 고단열, 고기밀 외피, 고효율 창호와 일사열이 건물에 들어오기 전에 차단하는 외부 자동 블라인드를 사용했다. 또한, 경사진 벽으로 계절별 일사 유입량을 조절하고 중정을 통해 유입되는 자연채광으로 조명에너지를 절약하며, 바람개비 형태 반사벽으로 직사광선을 반사하여 냉방에너지를 절약하고 반사된 확산광을 이용해 조명에너지를 절약한다. ‘액티브’ 요소로는 BEMS, 폐열회수 환기 시스템, 히트펌프, 자동조명제어 등이 있다. 그중 폐열회수 환기 시스템은 겨울철에 실내의 따뜻한 공기를 배출하고 추운 공기를 들이고, 여름철 실내의 시원한 공기를 배출하고 더운 공기를 들여 환기시킬 때 배출하는 공기의 열에너지를 재활용해 냉난방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스템이다. 이 밖에도 태양광, 지열,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ESS를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연간 368,040 kWh) 중 센터 전력사용량(214,085 kWh)을 제외한 잉여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해 연간 2,000만 원의 수익금을 창출함으로써 친환경 건축의 실현 가능성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입증했다.
세종시에 위치한 로렌하우스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제로에너지 시범사업으로 처음 조성한 단지형 단독주택으로, 전체 소비 에너지의 83% 이상을 자체 생산한다. 단독주택 최초 ZEB 2등급 인증을 획득했으며, 전기, 냉난방비 등에서 같은 평형의 일반 아파트 대비 에너지를 65% 절감하고 있어 혹한기와 혹서기를 제외하고는 세대당 에너지 비용이 월 7000원 수준이다. ‘패시브’ 요소로는 외벽단열, 열교 차단, 고성능 3중 유리 창호 등이 적용됐다. 보통 아파트에 설치되는 유리가 24mm 정도인데, 로렌하우스의 유리는 두께가 39mm로 40%가량 두껍다. ‘액티브’ 요소로 열회수 환기장치, 경사 지붕 면적을 활용한 태양광 패널 등이 사용됐다. 로렌하우스 주택 1 가구 당 태양광 모듈 11개가 시공되어 한 달 평균 400 kWh의 전기를 생산하며, 이 양은 4인 가족 월평균 전기 사용량에 달한다.
서울 용산구의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건물 중앙의 중정을 통해 자연광과 공기를 유입시키며, 자연광의 양을 감지하여 실내조명 밝기를 조절하는 DALI 시스템, 동체 감지 조명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여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업계 최초로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만큼, 본사에는 지열, 태양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갖춰져 있다. 이와 함께, 빗물순환 시스템, 폐열회수 공조 설비를 도입해 냉난방 에너지와 조경 유지비를 절감하고 있다. 이 건물은 ‘2019 세계건축축제(WAF)’에서 오피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도심 속 생태 건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제로 에너지 건축물로는 국내에 국립환경과학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SK ECO LAB 등이, 국외 사례로는 영국 베딩톤 제로에너지 단지, 중국의 펄 리버 타워 등이 있다.
ZEB 의무화의 그림자 : 비용 부담과 산업 한계
국토교통부는 ZEB의 성능 강화에 따라 전용면적 84㎡ 기준 주택 건설비가 가구당 약 130만원 가량 증가할 것이며, 이는 향후 6년간의 에너지비 절감으로 회수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인식 수준을 고려할 때, 실제 분양가, 실 거래가에 ZEB 건축물의 장점이 크게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는 ZEB 설계를 위해 발생한 추가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1월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1월 대비 29%나 급등했으며 2024년 부도 처리된 건설업계는 29곳이다. 이미 불황인 건설업계에 고효율 자재, 신재생 에너지 설비 도입으로 인한 건축 비용 증가와 운영 및 유지 관리를 위한 비용, 기술적 역량 확보가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고층 아파트가 대부분인 국내에서는 옥상 외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이미 ZEB 인증을 받은 건물이더라도 주기적인 점검 등 사후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ZEB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고, 전기 요금 등 에너지 환경의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잉여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기에 분명한 이점을 지닌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ZEB를 확대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민간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며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ZEB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ZEB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홍보 및 교육 정책도 필요하다. 현재 다수의 소비자는 ZEB의 장기적 이점보다는 초기 분양가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 체감형 정보를 제공하고 친환경 건축에 대한 국민의 사회적 수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미래에는 건축물 단위를 넘어 도시 전체, 발전소 등 도시, 국가 단위의 거시적 관점의 정책적 대비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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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ZEB의 개요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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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손영남, “지구를 위한 선택, 탄소 없는 집 준공 러시", 산업경제뉴스, 2025. 11. 05., https://www.biznews.or.kr/news/article.html?no=16441
3) 제로에너지빌딩, “ZEB소개”, https://www.zebenergy.kr/subpage.php?mc=7
[ZEB를 향한 건설 업계의 변화]
1) 롯데건설, “롯데건설,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해 제로에너지 빌딩 시범 구축”, 2024. 12. 16., https://www.lottecon.co.kr/medias/notice_view?noticetypecd=000&maxdisp=10&pageno=1&searchtype=&keyword=¬iceSeq=1348
2) 방재혁,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에 관리비 절감 나선 건설사들", 조선일보, 2025. 10. 07.,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5/10/07/6BAIPJFLKZC3HJTLRCXGBRYEMQ/
3) 정지용, “<4차 산업혁명 이끄는 건설新기술> 현대건설 '스마트 BEMS'”, 대한경제, 2018. 01. 17.,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1801160946443900932
4) 제로에너지건축물, “ZEB적용기술”, https://zeb.energy.or.kr/BC/BC02/BC02_03_002.do
5) 최은경, “[산업 인사이드] ‘제로에너지 건축’ 규제 강화…건설업계 BIPV로 해법”, 페로타임즈, 2025. 09. 16., https://www.ferro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43575
[국내 ZEB 인증 건축물]
1) 고정빈, “[K뷰티 원조 아모레퍼시픽②] "다 바꾼다"...도전은 선택 아닌 필수", 서울와이어, 2025. 05. 26., https://www.seoulwire.com/news/articleView.html?idxno=652598
2) 백홍기, “[기획 특집]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서 1_세종시 로렌하우스”, 2020. 06. 01., https://www.countryhome.co.kr/id/ebU7DporuYW9IHy6WrqH
3) 서울에너지드림센터, “드림센터소개”, https://seouledc.or.kr/company/introduce
4) 에너지엑스, “에너지엑스 | 아모레퍼시픽 본사 : 아름다움을 품은 친환경 빌딩”, 2023.01.27., https://blog.naver.com/energyx_official/222995843943
5) 여인규, “로렌하우스, 단독주택 최초 ZEB 2등급 획득", 칸, 2020. 03. 29., https://kharn.kr/mobile/article.html?no=12338
6) LH, “지속 가능한 건축, 제로에너지 건축물에서 답을 찾다", 2024. 09. 19., https://www.lh.or.kr/gallery.es?mid=a10503000000&bid=0004&b_list=6&act=view&list_no=11578&nPage=1&vlist_no_npage=1&keyField=&orderby=
[ZEB 의무화의 그림자 : 비용 부담과 산업 한계]
1) 김태현, “아파트 제로에너지빌딩(ZEB) 인증 의무화 6월 시행, 건설업계 ‘비용 증가’ 우려", 스트레이트뉴스, 2025. 03. 14, https://www.straigh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6398
2) 박유진, “제로에너지 건축물, 정책은 달리는데 민간은 ‘멈칫’", 브릿지경제, 2025. 04. 07, https://www.viva100.com/article/20250407501529#:~:
3) 오토카뉴스, ““이미 한계인데…” ZEB 의무화 강행에 건설업계 ‘한숨만’ | 오토카뉴스”, 2025. 05. 10, https://v.daum.net/v/XBhcJCts6T
4) ESG.ONL, “[국내동향]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친환경 건축의 새로운 기준”, 2025. 05. 28, https://www.esgonl.kr/article/pmDetail?idx=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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