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기업들의 명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8기 남호정, 정라진
에너지 전환의 시대
현재 전 세계는 에너지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탄소 배출 감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고, 각국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앞다퉈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과 국제 시장의 투자 흐름,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과거의 에너지 전략은 값싸고 안정적인 공급을 중요시했으며, 석유와 석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했다. 그에 반해 현재는 에너지원 자체의 성격이 바뀌었고 탄소감축이 기업 평가의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그리고 미래 시장을 선도할 방식으로 에너지를 조달하느냐’가 생존의 기준이 되고 있다.

[자료 1. 에너지 전환의 시대]
출처 : ChatGPT 이미지 생성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의 성패가 갈리고 있다. 어떤 기업은 정책 지원과 기술 혁신을 결합해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뤄냈지만, 그에 반해 또 다른 기업은 준비 부족과 실행 한계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각 기업들의 사례를 알아보며 에너지 전환의 현실과 그 속에서 기업이 마주하는 도전과 기회를 짚어보고자 한다.
에너지 전환 성공 사례: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덴마크의 오스테드가 있다. 덴마크는 유럽 대륙에서 북부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북해 쪽으로 튀어나온 반도와 몇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해양국가이다. 이 기업은 2006년 석탄 중심의 국영 에너지 기업에서 2017년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회사이다. 10년만에 이룬 이 극적인 전환은 덴마크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70% 감축하는 NDC의 목표를 뒷받침 하는 중요한 동력이 됐고, 동시에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수출 산업을 창출하며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달성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오스테드는 원래 DONG라는 이름의 석유회사로 전력 생산의 85%를 화석연료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2009년 첫 상업 해상풍력 단지 Horns Rev2 건설을 시작하면서 해상풍력으로의 단계적 전환을 시도했고 2017년 석유 가스 사업을 완전 매각했다. 최근 2023년에는 전 세계 해상풍력 설치 용량의 25~30%를 점유하고 있으며 13개국에서 50개 이상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50%를 풍력으로 충당했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55%를 목표로 잡았다. 덴마크가 에너지 전환을 성공한 여러 요인들 중 첫 번째는 원스톱 숍(One-stop Shop) 제도의 도입이다. 이는 해상풍력사업의 인허가를 에너지청으로 단일화 하여 해상풍력발전 입지 계획부터 사업자 선정, 인허가 과정 등 복잡한 절차와 규제들을 에너지 청으로 단일화한 것이다.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풍력발전 인허가 소요기간을 주변 국가들보다 짧은 기간인 평균 2년 10개월로 단축했다. 이러한 제도 개선 덕분에 덴마크는 풍력산업육성과 탄소중립 전환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석탄 발전 비중은 2006년 50%에서 2023년 5%미만으로 줄였고 전체 재생에너지 비중도 8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1조 8000억원의 투자 유발 효과와 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또한 주민들이 직접 풍력발전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주체적으로 풍력발전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풍력에너지 프로젝트 진행 시 소유 체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렇듯 덴마크가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정당, 에너지 업계 간의 합의를 통해 중요 에너지 정책 사항을 협정의 형태로 결정하며 일관성을 유지한 것이 가장 큰 기여가 됐다.
에너지 전환 성공 사례: 엔비전의 오프그리드 재생에너지
중국의 친환경 기술 기업인 엔비전 또한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회사는 본래 풍력터빈,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덴마크 기업이였으나 현재는 중국의 풍력 터빈 기업이자 최대 규모의 스마트 에너지 자산관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4년 엔비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7089톤에 불과했다. 기준선인 84,000톤과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배출량을 91% 줄인 결과이다. 2024년 말까지 엔비전이 공급한 제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23억 5,000만 톤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츠펑 넷제로 산업단지에서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인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이 공장은 전력망 연결 없이 풍력, 태양광, 배터리 저장장치 등 재생에너지원만으로 가동된다. 또한, 엔비전이 독자 개발한 AI통합 에너지 시스템이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과 전해조, 암모니아 합성 수요를 실시간으로 조절해, 24시간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친환경 연료 생산을 실현한다. 특히, 그리드 형성형 배터리 저장장치와 예측형 기상 모델링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 등에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잉여 전력의 경우 액체 질소로 전환 및 저장되어 동적 공기분리장치에서 활용되며, 전해조 역시 출력 변화에 맞춰 에너지 흡수와 암모니아 생산을 최적화한다. 엔비전은 2028년까지 연간 150만 톤 규모로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그린 연료가 실질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 공장에서 생산된 녹색 암모니아 연료를 활용하여 세계 최초의 친환경 해양 암모니아 벙커링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벙커링 작업은 중국 다례에 위치한 코스코 해운 중공업 터미널에서 진행됐다. 차이나 쉬핑과 시노펙 서플라이어스는 5500마력급 암모니아 연료 항만 선박에 녹색 암모니아 연료를 성공적으로 공급하며 해상 운송 분야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엔비전 에너지의 리더십을 입증했다. 녹색 암모니아 연료를 주입받은 항만 예인선에는 엔비전 에너지 자체개발 암모니아 이중 연료 엔진과 전용 연료 공급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이 탑재됐다. 이 선박은 최대 91%의 암모니아 대체율을 달성하여 화석연료 의존도를 회기적으로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이번 작업의 성공으로 다롄항은 바이오 연료, 친환경 메탄올, 친환경 벙커링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항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엔비전 에너지의 성공 요인은 중국 정부의 ‘녹색 산업단지’ 정책을 바탕으로 수소를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설비 투자비와 기술 인증 절차에서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정부의 협력이 있었으며,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완전 오프그리드 시스템과 AI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자체 녹색 에너지 공급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와 통합적인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 전환 실패 사례: BP, Back to Petroleum으로
영국의 글로벌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한때 “석유 기업을 넘어 통합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BP의 행보는 이 같은 선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BP는 한때 과거 회사 슬로건을 ‘석유를 넘어서자(Beyond Petroleum)’로 내걸고, ‘석유 시대의 종말’을 예언해 그린에너지 분야에 8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중심 전략에서 다시 석유·가스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BP는 오는 2027년까지 연간 석유 및 가스 투자를 10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연간 자본 지출 규모는 130억~150억 달러 수준으로 조정하며 신재생 에너지 사업 투자 비중은 대폭 줄인다. 특히 재생에너지 부문 지출은 연간 15~20억 달러로 축소되며, 기존 계획보다 5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반면 전통에너지 부문은 확대 기조를 보이고 있다. BP는 2030년까지 하루 석유환산 기준 230만~250만 배럴 수준으로 석유·가스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236만 배럴)보다 최대 14만 배럴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낮은 수익성과 대규모 자산 손실, 그리고 재무 구조 악화가 자리한다. BP가 2020년 발표한 연례에너지 전망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에는 글로벌 석유 수요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인류의 석유 수요는 이미 정점을 찍었으며, 최악의 경우 2040년 석유 수요는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최근 석유·가스 등의 전통에너지가 공급 불안과 수요 증가로 고수익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전망은 빗나갔다. 머레이 오킹클로스 BP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를 통해 "우리는 BP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며 "세계의 녹색 전환 속도를 향한 낙관론은 과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또한 “버나드 루니 전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BP는 원유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 아래 탄소중립을 채택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회사가 반전을 위한 명확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P의 행보는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의지’만으로는 추진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정책, 시장, 기술, 투자자의 기대가 복잡하게 얽힌 현실 속에서, 기업이 탄소중립의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일은 어렵다. 기후위기와 마주한 현 상황 속에서도 수익성과 경제성이 우선된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이 사례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 그리고 기업이 마주하게 되는 리스크의 무게를 드러낸다.
전략과 실행, 시장 대응력의 중요성
에너지 전환은 성공 여부는 결국 전략과 실행, 그리고 시장 대응력에 달려 있다. 오스테드처럼 명확한 목표와 실행 로드맵을 수립하고, 정부 정책과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 기업은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며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반면 BP의 사례는 약한 실행력이나 시장 예측의 오류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석유 수요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BP는 섣불리 전통에너지 사업을 축소했지만, 이후 공급 불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통에너지가 다시 고수익 수조로 돌아가며 전략의 균형을 잃었다.
이처럼, 오스테드와 엔비전 그리고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공통적으로 양면성을 지닌다. 즉, 에너지 전환은 탄소 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불안정한 공급망의 리스크 또한 지니고 있다. 결국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정책, 시장, 산업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동해야만 한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기업의 기술을 이용한 안정적인 밸류체인 구축과 시장 규모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의지’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시장 분석과 현실적 판단에 기반한 전략적 실행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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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SG, 방산을 품을 수 있을까", 28기 정라진, https://iksung.tistory.com/131
2. "제2의 경부고속도로, 에너지고속도로의 앞길", 25기 김승현, https://iksung.tistory.com/146
참고문헌
[에너지 전환의 시대]
1) 박세환, “2050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과 ESG 경영”, 사이언스 타임즈, 2023.11.03.,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61?nscvrgSn=253866
[에너지 전환 성공사례: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1) 고정화,“덴마크 재생에너지 전환정책 및 성공요인”, 국제뉴스, 2024.07.25,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2038
2) 이유범, “기후,에너지 통합한 덴마크, 탄소중립 선도국 부상”, 파이낸셜뉴스, 2025.09.23, 파이낸셜뉴스,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5411197?sid=101
3) 장재진, “에너지 대전환시대-잉여 전력 효율적 활용, 전력망 안정성 향상”, 투데이에너지, 2025.09.23,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89216
[에너지 전환 성공사례: 엔비전의 오프그리드 재생에너지]
1) 이상적,“엔비전, 세계 최대오프그리드그린 수소,암모니아플랜트상업가동”, 투데이에너지,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85821
2) 장재진, “엔비전 에너지, 세계 최초 친환경 해양 암모니아 벙커링 성공”, 투데이에너지, 2025.0726,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86596
3) 장재진, “중국엔비전에너지,탄소중립3년연속달성”, 투데이에너지, 2025.05.09,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82904
[에너지 전환 실패 사례: BP, Back to Petroleum으로]
1) 김경도, “GEㆍBP…글로벌기업들 신재생에너지 선점에 `올인`”, 매일경제, 2010.01.07., https://www.mk.co.kr/news/world/4671825
2) 김신, “탄소 중립 선도했던 유럽 메이저, 바이오연료 투자 축소 이유는?”, 에너지플랫폼뉴스, 2025.10.03., https://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96906
3) 김인엽, “세계 3대 석유기업 BP, 행동주의 먹잇감 됐다”, 한국경제신문, 2024.02.10.,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21060201
4) 손영호, “BP 실적 부진에 친환경 전환 사업 대폭 축소, "녹색 전환 낙관론은 과장된 것", 비즈니스포스트, 2025.03.07.,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86075
5) 연선옥, “ BP는 "석유시대 종말" 말하는데… 美 엑손모빌은 석유 사업에만 '올인'”, 조선일보, 2020.11.11.,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1/10/2020111002174.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전략과 실행, 시장 대응력의 중요성]
1) IBM 홈페이지, https://www.ibm.com/kr-ko/think/topics/energy-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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