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자동차도 '다이어트 열풍'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8기 박시우
세상을 바꿀 新(신) ELV 규제

[자료 1. ELV 규제]
출처 : ChatGPT 생성 이미지
2023년, EU는 폐자동차 규제(ELV, End-of-Life Vehicles Regulation Draft) 발표했다. 2000년에 발표한 '지침'을 '규정'으로 바꿔 EU 전역을 대상으로 더욱 강력한 규제를 할 것을 암시한 것이다. 이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첫째, 신차 설계 시 재사용 및 재활용률을 최소 85%로, 재사용 및 재생 가능율을 95%로 향상하도록 하며, 부품과 소재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설계를 의무화한다. 둘째, 신차 생산 시 PCR(Post Consumer Recycle) 소재의 사용을 최소 25%로 의무화하며, 이중 25%는 반드시 폐차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한다. 셋째, EU 회원국은 폐차에 포함된 플라스틱 총 중량을 25%에서 30%로 늘려 재활용해야 한다.
新 ELV 규제에 맞춰 세계 각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차량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소재를 활용해 차량의 무게 자체를 줄이는 것과 폐차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대한 여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의 '무게' 다이어트
자동차가 가벼워진다는 것은 연비가 개선되고, 주행 거리가 늘어나며, 탄소 배출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동차의 경량화는 차량의 연비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는 차량을 제조할 때 어느 공정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구조의 경량화, 공법의 경량화, 소재의 경량화로 나뉜다. 구조의 경량화는 개발 시간이 비교적 적지만 차량 내에서 적용 범위가 한정적이고 수요자의 혁신적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공법의 경량화는 막대한 설비 및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재의 경량화를 택한다. 이 방법 역시 연구개발을 필수적으로 요하지만 차량의 경량화 효과는 가장 뛰어나다. 오래 전부터 자동차의 소재로는 강철이 많이 쓰였으며, 강철의 대체제는 알루미늄 합금, 마그네슘 합금, 탄소섬유복합재(CFRP)가 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재의 무게 자체가 가벼워지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친환경성이나 재활용성 등 환경을 생각하는 공정이 필수적인 시대이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 매트릭스 복합재(AMC), 고강도강(AHSS), 바이오 기반 복합재 등의 신소재가 활용되고 있다.
AMC는 강철을 대체할 가장 유망한 소재로 꼽히며, 무게는 최대 30%가 가볍지만 강도와 내열성은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차량 내의 고하중 부품에 적용하면 연비 향상과 온실가스 절감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 금속을 압축해서 소결하는 분말야금법, 마찰열을 활용하는 마찰교반가공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소재의 미세조직을 균일하게 만들어 마모 저항성을 40% 이상 개선할 수 있다. 또한 AHSS는 미세조직을 제어하는 기술을 통해 기존의 강철과 대비해 2배 이상의 인장 강도를 확보하고 두께를 20~30%까지 줄일 수 있다. 자연섬유나 PLA 같은 바이오 고분자를 조합한 바이오 기반 복합재는 기존의 플라스틱과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50%까지 줄이고 생분해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는 사탕수수, 유채꽃, 아마씨앗,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들여 개발한 신소재의 명성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EU가 ELV 규제에서 납, 수은, 카드뮴 등에 이어 탄소섬유를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탄소섬유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탄소섬유는 강도가 높고 가벼워서 자동차뿐만 아니라 항공기, 풍력 터빈, 스포츠 용품, 연료전지 등과 같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탄소섬유는 전기차의 배터리 무게를 상쇄할 수 있는 소재로 꼽혀왔으며 현존하는 차량 공정 과정에서 핵심이 된다. 이러한 탄소섬유의 규제는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고, 따라서 이와 같은 규제에 대비한 신소재 연구개발이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자동차의 '탄소' 다이어트
새 차량을 제조할 때와 마찬가지로 폐차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폐차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부품을 재활용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물리적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 생물학적 재활용의 3가지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플라스틱 부품 대부분은 물리적 재활용을 거친다. 파쇄, 세척, 용융, 배합 등의 물리적 단계를 통해 플라스틱을 펠렛 형태로 쪼갠 후 다시 사용 가능한 재료로 만드는 방식이다. 물리적 재활용은 비용이 낮고 공정이 단순하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 페인트나 접착제 등이 섞이면 물성이 떨어지고, 복합소재 구조는 물리적 재활용만으로는 완전한 재생이 어렵다. 자동차의 40% 이상이 복합소재나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물리적 재활용만으로는 순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 용해분리와 같은 화학 공정으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플라스틱의 원료나 고분자 형태로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플라스틱을 원재료 수준의 물성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유리하지만 가공 절차가 복잡해서 실질적으로는 LCA(전 단계 평가)에 불리할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 재활용이 순도가 높은 단일 재료에 적합하다면, 화학적 재활용은 혼합 재료 또는 오염된 폐기물에 적합하다. 특히 자동차처럼 여러 재질이 섞인 복합부품은 화학적 재활용 없이는 플라스틱을 재사용하기 쉽지 않다.
생물학적 재활용은 효소나 미생물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저온, 저에너지 환경에서 분해하는 방식이다.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초기 단계이지만, 바이오 촉매는 목표 물질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자동차의 플라스틱 부품 재활용에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생물학적 재활용도 화학적 방식과 마찬가지로 오염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속가능한 해결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촉매는 전 세계의 업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2025년 1월 국내에서도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플라스틱에만 반응하고 이를 분해하는 바이오 촉매인 쿠부(Kubu)를 개발했다. 또 쿠부를 고성능으로 개량한 KubuM12 바이오 촉매를 활용해 유색 칩이나 알루미늄 등이 포함된 C급 플레이크 원료로부터 BR(Bio-Recycling) 페트병을 생산하기도 했다. 기존에 재활용이 어려웠던 PET 소재도 바이오 촉매를 통해 재활용의 혁신을 빚어낸 것이다. 이렇게 생물학적 재활용 방식은 기존에 재활용이 어려웠던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는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
녹색 자동차 시대

[자료 2. 녹색 자동차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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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ELV 규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만 개의 부품부터 소재, 주행 과정, 버려지고 난 뒤의 재활용 절차까지 자동차의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규제이다. 녹색 자동차의 제조는 각종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정책, 산업 생태계, 외교 환경까지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비단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EU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기업들 모두가 차량 제조의 최초 단계에서부터 재고(再顧)를 시작할 것이다. 일례로,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54%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은 ELV 규제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며 바이오 촉매, 바이오 소재 등 지속가능한 공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新 ELV 규제가 설계와 공정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9월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Remake] 돌아온 플라스틱 빨대, 진짜 친환경은 무엇인가", 26기 김대건, https://iksung.tistory.com/143
2. "[그린로직: 환경법 읽기③] 기업을 움직이는 방법 - 그린워싱과 기후소송", 27기 홍민서, https://iksung.tistory.com/135
참고문헌
[세상을 바꿀 新(신) ELV 규제]
1) 정중채, "자동차 폐플라스틱 순환체제 공급망 구축", M이코노미뉴스, 2025.08.17, https://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57727
[자동차의 '무게' 다이어트]
1) Yu, W., Jiang, L. "Application of Carbon Fiber Reinforced Aluminum Matrix Composites in Automotive Industry", International Journal of Automotive Manufacturing and Materials 3(2), p.3, China, 2024.
[자동차의 '탄소' 다이어트]
1) 하진욱, "[오토저널] 신 ELV 규제 및 순환경제 대응을 위한 자동차용 재활용 화학소재", 오토뉴스, 2024.09.30, https://v.daum.net/v/fHjGawkPjg
[녹색 자동차 시대]
1) 임헌섭, ""2029년부터 전면 규제!" EU, 탄소섬유 유해물질 지정... 車 업계 '비상'", 엠투데이, 2025.04.15, https://www.auto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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