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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식물도 싸운다: 보이지 않는 전쟁, 식물의 면역

by R.E.F. 27기 조재경 2025. 10. 26.

식물도 싸운다: 보이지 않는 전쟁, 식물의 면역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조재경

 

식물 면역이란 무엇인가

면역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의 건강이나 백신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식물은 늘 수동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식물의 생태 속에는 끊임없는 전쟁이 존재한다. 병원균과 곰팡이, 해충과 싸우며 스스로를 지키는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과는 달리,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러한 식물 면역(plant immunity) 덕분이다.

식물은 병원균이 침입하면 세포벽을 강화하거나, 독성 화합물인 phytoalexin(파이토알렉신)을 분비하고, 살리실산(SA), 자스몬산(JA) 같은 면역 호르몬을 통해 전신 방어를 한다. 이러한 식물의 정교한 면역 반응은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서도 식물이 살아남게 해줬다.

 

기후 위기와 약해지는 식물의 방패

그런데 이러한 식물 면역 체계가 기후 변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온도가 상승하면 병원균의 번식 속도가 빨라진다. 식물의 면역 유전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고온에서는 식물의 주요 방어 유전자가 억제돼 병에 더 쉽게 감염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가뭄과 폭우, 이상기온과 같은 외부 stress 요인들은 식물의 에너지를 “생존 유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식물은 면역 반응에 쓸 에너지를 생존 유지에 사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식물은 병에 취약해지며, 이는 농업 생산성의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이는 식량 위기와 농약 사용 증가, 생태계 교란 등 인간과 환경의 영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식물의 면역력 약화를 단순히 생리학적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 기후 위기와 직결이 된 환경 문제이다.

 

식물 면역 연구와 환경 문제의 해결

식물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한다. 연구자들은 식물의 유전자를 분석했고,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즉, 식물 뿌리의 주변 미생물 생태계가 식물 방어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식물의 면역 체계는 토양 속 미생물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식물 뿌리 주변에는 리조스피어 미생물군이라 불리는 미생물 생태계가 존재한다. 이 미생물들은 병원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식물의 면역 반응을 자극하는 신호를 보낸다. 특히 유익한 세균(plant growth-promoting rhizobacteria, PGPR)는 병원균보다 먼저 식물 표면에 자리 잡아 감염을 막는다. 이러한 천연 방어선 덕분에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토양 생태계의 복원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한 면역 강화 연구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토마토, 벼, 밀 등 주요 작물의 병 저항 유전자를 편집해 고온에서도 유지되는 면역 경로를 설계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후 변화에 강한 식물을 길러내어 지속가능한 농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식물 면역 연구는 식량 안보와 환경 보전의 교차점에 서 있다. 식물의 건강 회복이라는 관점으로 기후 위기 문제를 바라보는 것도 기후 위기의 하나의 해결책이 돼줄 수 있을 것이다.

 

식물 면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식물 면역은 단순히 과학적 흥미의 대상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구 생태계의 회복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면역이 강한 식물은 병해충으로부터 오래 살아남으며 그만큼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며 숲의 생태적 기능을 유지한다. 더 나아가 식물의 면역은 결국 탄소중립 정책의 기반이 돼주기도 한다. 탄소를 저장하는 탄소 흡수원으로서 식물의 역할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면역 체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식물 면역은 인간의 기술 개발에도 영감을 준다. 예를 들어, 식물의 병 감지 시스템을 모방한 바이오센서(biosensor) 기술은 오염 감지나 미생물 탐지에 응용되고 있다. 자연의 면역 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식물을 지키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을 여는 길이 된다.

 

식물 면역, 지구를 지키는 녹색 방패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인간 중심의 시각만으로 환경을 바라볼 수 없다.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식물 역시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존재임을 인지하고 활용해야 한다. 식물의 면역 체계를 이해하는 일은 곧 지구의 건강을 이해하는 일이 된다. 식물 면역 연구는 병충해 저항성 품종 개발을 넘어, 농약 사용을 줄이고, 토양과 수질 오염을 완화하며, 더 넓게는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계 복원에 기여한다.

이렇게 식물 면역을 연구하고 지켜보는 일은 단순히 식물학의 영역에서 멈추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인류와 환경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준다. 따라서 우리가 식물의 싸움을 이해하고 도울수록, 이것은 곧 지구의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일에 큰 도움이 돼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며 식물은 언제나 조용히 지구를 지킨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로 명확하다. 그들의 방패를 알아보고, 함께 싸워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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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MR로 그려가는 대한민국의 탄소 중립, 27기 민예슬, https://iksung.tistory.com/139


참고문헌

[식물 면역이란 무엇일까]

1) 박원석, “서울대 박테리아 병원체 인식하는 병저항성 단백질에 의한 식물 면역 활성화 기작 구명”, 베리타스알파, 2023.07.06,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464022

2) 서진우, “‘해충 공습!’ 미생물에 SOS…식물들도 SNS 한다”, 매일경제, 2017.05.26,  https://www.mk.co.kr/news/it/7837173

3) "식물도 공격받으면 즉각 전투태세로 전환…방어 단백질 생산", 사이언스타임즈, 2022.09.01,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48?searchCategory=220&nscvrgSn=247235

4) 세종대 좌남수 교수 연구팀, "새로운 식물세포사멸 현상 발견", 중앙일보, 2018.12.2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238927

[면역과 미생물]

1) 강민구, “병에 강한 식물 이유 찾았다···미생물이 병 진전 막아”, 헬로디디, 2018.10.09 ,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66285

2) 서진우,“주변 토마토도 면역력↑···식물 간 냄새로 미생물 공유한다”, 헬로디디, 2020.12.10,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0969

3) 원향연,“마이크로바이옴, 동·식물에 붙어사는 미생물…새로운 농업자원으로 주목”, 농업인신문, 2017.12.01, https://www.nongup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214

[식물 면역의 효과]

1) 유주언, “식물이 면역력을 살린다, 핀란드 연구진, 실내 식물벽의 건강 효과 입증”, 2025.08.26, https://www.geconomy.co.kr/news/article.html?no=304519

2) 이병구,“식물도 '자가면역질환' 있다…원리 규명해 품종개량 방향성 제시”, 동아사이언스, 2025.07.21,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72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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