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특별법, 왜 양날의 검이 되었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박희원
산불특별법의 출발과 동시에 걸린 제동
2025년 9월 25일, ‘초대형 산불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발표하면 최초의 산불특별법이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전국의 환경단체들은 이 법의 상당수 조항이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각종 난개발 특례를 포함시켰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초대형 산불, 산불특별법으로
산불특별법은 지난 3월 경북·경남·울산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의 규모가 기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체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후 이 법안은 4월 18일 대표발의자 임미애 의원 외 35인의 공동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은 제안 이유에 ‘최근 경상북도,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등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초대형 산불은 기후위기가 초래한 재난의 실체를 뚜렷이 드러내어 지역주민의 안전이 위협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이 빈번해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재난 특성상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수반된다. 법안은 피해 주민은 자력으로 재기할 수 없어 삶과 일상의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고, 지역 전체의 집단적 피해로 인해 마을 공동체 해체와 지역소멸 문제가 가속화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에 따라 피해지역의 지역사회 존속과 회복, 피해주민의 회복과 중소기업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완전하고 충분한 보상을 보장하고자 목표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의 6차례에 걸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산불특별법으로 함께 발의된 5개 법안과 보완 후 통합안으로 마련됐다. 9월 18일 산불특위 통과 후 25일 본회의까지 통과해 대통령의 발표 혹은 거부권 행사만을 남겨둔 상태다.
특별법 통한 산불 대응, 어떻게?
산불특별법의 주요내용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피해지역에 대한 피해보상 및 지원 시책 수립·시행, 초대형산불 피해지원 및 재건위원회 설치, 지역 재건, 산림투자선도지구 도입 등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의무’로 명시한 것으로, 피해자 및 피해지역 지원 시책 수립과 예산 마련, 시행을 강제했다.
초대형 산불 피해지원 및 재건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고 집행을 총괄하는 기구다. 이 위원회는 보상과 관련된 전반적인 심의와 의결을 맡는다. 여러 분야 전문가뿐 아니라 피해자 대표를 함께 구성원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또한 기존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원 범위 외의 지원 사항을 점검하고, 기존 지원금까지 점검해 심의하도록 했다. 기존 제도에서 소외된 피해 사각지대를 최소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지역 재건 조항의 경우 산림사업, 양식창업, 어촌·어항재생, 재해복구, 대규모 지구단위종합복구 등 법정 정책사업을 피해지역에 우선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림투자선도지구는 피해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해당 지구로 지정 시 심의회 설치, 인·허가 의제와 규제완화, 다른 법 적용 특례 등 투자 친화적 제도가 적용된다. 이외에도 산림경영특구 지정과 지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산불폐기물 처리, 위험목 제고, 산림소득사업 우선지원 등의 대책이 마련돼 있다.
산불특별법이 난개발의 씨앗일지도 모르는 이유
지역 주민들의 환호가 쏟아져 나왔던 본회의 통과 때와는 달리, 지금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산불특별법이 본 취지와는 달리 보호지역 해제와 대규모 개발을 허용해 산림 난개발과 보호지역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월 2일 전국의 8개 환경·종교·시민단체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규탄하며 대통령의 법안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단체들은 피해 주민을 지원하고 공동체 회복을 돕는 특별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지금의 산불특별법은 각종 난개발 특례를 끼워 넣은 상황이라며 피해지역을 또 다른 난개발의 현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조항은 산림투자선도사업 관련 조항들이다. 이를 다룬 41-61조 전체가 특례 조항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56조의 경우 ‘(산림투자사업에 대해) 보전 산지에서의 행위 제한, 산지 전용 허가 기준을 달리하거나, 산림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보존해야 하는 산림에 대한 개발 제한을 대폭 풀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외에 51, 52, 55, 57조 등의 조항도 토지 ‘강제 수용’, 용도·지역·건축·건폐율·용적률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민간 투자 사업자의 이익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 조항 중 하나인 30조에는 ‘대형산불 피해지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위험목 제거사업의 경우에는 산림 소유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서 ‘위험목’의 정의가 법문에 명시돼 있지 않은 점 때문에, 산림 소유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임의로 벌채지역으로 선정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허가 의제를 다룬 48조까지 합쳐지면 산불 피해지역이 휴양·관광 등 대규모 개발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
진정한 산불특별법이 되려면
국회는 산불특별법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산림투자선도사업은 타 발의안에 포함됐던 내용으로 전면 배제가 불가능해 수정 후 통과시킨 것이라며 본 취지대로 진행될 수 있게 감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불 피해지역에 또다시 재를 뿌리는 격이 될 수 있는 위험은 최대한 배제해야만 한다. 지금의 산불특별법이 이대로 통과돼 효력을 갖게 된다면, 국회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감시의 주체로서 역할해야 할 것이다.
9월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기후위기 속 폭우의 전국적 실상과 대응", 25기 이예영, 26기 류호용, 27기 이서영, 28기 김나현, 정라진, https://iksung.tistory.com/90
2. "제1차 장기배전계획 확정, 무엇이 달라지나?", 23기 김용대, 25기 김승현, 27기 조재경, 홍민서, 28기 정동영, https://iksung.tistory.com/50
참고문헌
[산불특별법의 출발과 동시에 걸린 제동]
1) 이율립, "환경단체들 "산불특별법, 산림난개발 우려... 거부권 행사해야"", 연합뉴스, 2025. 10. 02., https://www.yna.co.kr/view/AKR20251002087500004
[ 기후위기가 초래한 초대형 산불, 산불특별법으로]
1) 김현수, "'경북산불 특별법' 국회 산불특위 통과... 최초의 산불 재난 특별법 전망", 경향신문, 2025. 09. 18.,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181739011
2) 남우진, "임미애 의원,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특별법" 발의 통과", 환경일보, 2025. 09. 19.,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6553
3) 임미애 외 35인, " 2025년 경북ㆍ경남ㆍ울산 초대형산불 피해보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2025. 04. 18., https://likms.assembly.go.kr/bill/bi/billDetailPage.do?billId=PRC_S2A5A0Z4Z0X9Y1X7X5F8F2E4E2C5B1&currMenuNo=2600044
[ 특별법 통한 산불 대응, 어떻게?]
1) 남우진, "임미애 의원,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특별법" 발의 통과", 환경일보, 2025. 09. 19.,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6553
2) 임미애 외 35인, " 2025년 경북ㆍ경남ㆍ울산 초대형산불 피해보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2025. 04. 18., https://likms.assembly.go.kr/bill/bi/billDetailPage.do?billId=PRC_S2A5A0Z4Z0X9Y1X7X5F8F2E4E2C5B1&currMenuNo=2600044
[ 산불특별법이 난개발의 씨앗일지도 모르는 이유]
1) 그린피스, "80여개 환경단체들 대통령실에 “산불특별법, 재의 요구권 행사하라!”", 2025. 10. 10., https://www.greenpeace.org/korea/press/35510/presslease-forestfires_2025/
2) 김규원, "'골프장 난개발 특혜'가 산불피해 지원?..."산불특별법에 거부권 행사를"", 한겨레, 2025. 10. 02.,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21963.html
3) 안동환경운동연합, "80여개 환경단체들 대통령실에 “산불 특별법, 재의 요구권 행사하라!”", 2025. 10. 02., https://ad.ekfem.or.kr/posts/dzt2VaR
4) 최석환, "초대형산불 재해지원 특별법 통과...“재정으로 대형 개발 사업 추진” 비판", 경남도민일보, 2025. 09. 30.,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47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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